조회 : 6,692 | 2014-03-25

화장품과 향료, 그리고 장신구

“또 아들 일곱과 딸 셋을 낳았으며 그가 첫째 딸은 여미마라 이름하였고 둘째 딸은 긋시아라 이름하였고 셋째 딸은 게렌합북이라 이름하였으며 전국 중에 욥의 딸들처럼 아리따운 여자가 없었더라 그 아비가 그들에게 그 오라비처럼 산업을 주었더라”(욥42:13-15)

이번 호에서는 ‘의인이 이 땅에서 받는 고난’에 대한 영적 통찰력을 주는 욥기 말씀을 가지고 전혀 의외의 주제인 화장품과 향료, 그리고 장신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욥은 노아와 같이 당대의 의인이었고 하나님의 축복으로 인해 동방에서 가장 많은 재력을 갖춘 자가 되었다.

하지만 사탄의 참소로 인해 하루 아침에 자식들과 모든 재산을 잃게 되었다. 욥 자신은 발바닥에서 정수리까지 악창이 나서 재 가운데 앉아 기와조각으로 몸을 긁는 신세로 전락했다. 하지만 극심한 고난 가운데에서도 하나님을 저주하거나 원망하지 않은 욥에게 하나님은 이전의 축복보다 갑절로 보상해 주셨다.

욥의 이야기 가운데 서론에 등장하는 7명의 아들과 3명의 딸이 있다. 하나님은 모든 고난의 시험을 잘 통과한 욥에게 7명의 아들과 3명의 딸을 다시 회복시켜 주셨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서론에서는 자식들의 이름이 전혀 등장하지 않았는데 결론 부분에서는 자식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7명 아들의 이름은 한 명도 언급되지 않고 3명의 딸 이름만이 모두 소개되고 있다.

“그가 첫째 딸은 여미마라 이름하였고 둘째 딸은 긋시아라 이름하였고 셋째 딸은 게렌합북이라 이름하였으며”(욥42:14)

성경을 읽으면서 이런 부분까지 세세한 관심을 갖는 사람은 흔치 않겠지만, 욥의 세 딸의 이름과 그 의미들을 생각해 보면서 화장품과 향료, 그리고 장신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 성서시대 여인들은 화장품과 향수를 사용했을까? 물이 귀한 중동지방에서 그들은 과연 며칠에 한 번씩 목욕을 하고 또 빨래를 했을까? 분명 목욕과 빨래는 연례 행사(?)가 될 정도로 뜸했을 것이다. 그러면 몸이나 옷에서 나는 불결한 냄새를 어떻게 참았을까? 이들이 화장품과 향수를 사용했다면 혹시 악취제거제의 대용은 아니었을까?

욥의 셋째 딸은 ‘눈 화장’을 좋아했다(?)

서론 부분에 등장하지 않던 욥의 자식들의 이름이 결론 부분에서 구체적으로 등장한다는 것은 그 이름들 속에 특별한 의미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욥의 셋째 딸 이름은 ‘게렌 합북’이다. ‘게렌’은 히브리어 발음으로는 ‘케렌’인데 우리말 성경에 게렌으로 표기된 것이다. ‘케렌’은 소나 양과 같은 동물의 ‘뿔’(horn)을 가리키는데, 액체나 가루를 보관하는 통으로 사용된 것이다.

‘합북’은 히브리어 발음으로는 ‘하푹’으로 적어야 옳다. 특히 ‘하’는 영어의 정관사인 ‘the’에 해당하는데, ‘케렌’을 ‘게렌’으로 적은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하’를 ‘합’으로 표기한 것은 좀 심한 오류라는 생각이 든다.

‘북’은 히브리어 발음으로 ‘푹’인데, 이것은 ‘kohl’로 불리는 ‘눈 화장에 쓰이는 검은 가루’를 가리킨다. 전혀 관련이 없는 것 같지만, ‘kohl’에서 영어 단어인 ‘알코올’(alcohol)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므로 욥의 셋째 딸의 이름인 ‘게렌 합북’은 그 의미가 ‘눈 화장에 쓰이는 검은 가루를 넣는 보관함’이 된다. 사람의 이름으로 쓰기에는 참 독특한 단어임에 틀림없다.

눈 화장은 이집트와 바벨론 지역에서 보편적으로 행해졌는데, 그 목적은 햇빛과 곤충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고 눈병을 예방하려는 것이었다. ‘kohl’은 방연광(galena)으로 불리는 광물의 가루인데 짙은 검은색을 띠고 있다. 이것을 눈썹에 발라서 눈을 크고 밝게 보이도록 한 것이다.

성경에도 눈 화장에 대한 이야기가 3번 나오지만 모두 부정적인 예로 등장한다. 아합과 이세벨 부부의 바알 숭배로 인해 하나님은 예후를 세우셔서 아합 집안에 대한 철저한 숙청을 이루셨다. 예후는 하나님의 음성에 철저히 순종함으로 아합과 바알에 속한 사람들을 처단했고 확실한 숙청을 이루었다.

이스르엘 별궁에 있던 이세벨은 반역자 예후가 찾아온 것을 보고 자신의 최후가 임박한 것을 느꼈다. 이 때 이세벨은 눈 화장을 하고 머리를 꾸미면서 예후 앞에서 왕비로서의 마지막 위엄과 자존심을 보이려고 애를 썼다. “예후가 이스르엘에 이르니 이세벨이 듣고 눈을 그리고 머리를 꾸미고 창에서 바라보다가 예후가 문에 들어오매 가로되 주인을 죽인 너 시므리여 평안하냐”(왕하9:30,31)

예레미야와 에스겔 선지자는 유다의 패역한 죄를 음행하는 여인과 비교하면서 ‘눈에 화장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멸망을 당한 자여 네가 어떻게 하려느냐 네가 붉은 옷을 입고 금장식으로 단장하고 눈을 그려 꾸밀지라도 너의 화장한 것이 헛된 일이라 연인들이 너를 멸시하여 네 생명을 찾느니라”(렘4:30)

“또 사자를 원방에 보내어 사람을 불러오게 하고 그들이 오매 그들을 위하여 목욕하며 눈썹을 그리며 스스로 단장하고”(겔23:40)

욥의 둘째 딸은 계피차를 좋아했다(?)

욥의 둘째 딸 이름인 ‘긋시아’는 히브리어 발음으로 ‘크찌아’인데, 이것은 계피(cinnamon)를 가리킨다. 계피는 몸과 옷에 뿌리는 향수로 성경에 자주 등장한다. 고대 중동문화에서는 향수를 무척 좋아했는데, 성경에 최초로 등장하는 향료 만드는 자는 브살렐이었다.

성경에는 계피 외에도 몰약, 유향, 나드 등 많은 향료들이 등장하는데, 이런 향료들은 성전에서 기름 부을 때 사용하는 관유(anointing oil), 화장품, 의학용 약재, 장례용 향품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특히 성전 안에서 사용하는 관유는 거룩한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했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엄격한 형벌을 받았다. 향수와 향료는 성서시대에 금과 은처럼 귀했는데, 히스기야 왕은 자신의 보물창고에 쌓아놓은 금은과 향품을 바벨론 사절단에게 보여주었다가 이사야 선지자로부터 큰 호통을 받기도 했다.

사람의 뇌 안에는 50000개가 넘는 서로 다른 냄새를 인식할 수 있는 센서가 저장되어 있다고 한다. 향료의 향기가 오랫동안 뇌에 저장되듯이, 잠언 기자는 친구와의 우정을 향료의 아름다운 향기에 비유하고 있다. 대속죄일에 지성소 안에 온갖 향을 태워 연기를 자욱하게 하는데, 대제사장의 옷에 베어 따라다니는 다양한 향기들은 영(spirit)과 영의 신령한 접촉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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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과 장신구

고대 중동에서 사용된 보석과 장신구는 오늘날과 같은 화려한 겉치장의 의미 이외에 독특한 사용 목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악한 눈’(evil eye)으로 불리는 악한 영의 공격으로부터 막아주는 일종의 부적과 같은 용도였다. 하나님이 가인에게 준 ‘표’ 역시 이러한 의미에서 보석이나 장신구의 한 종류일 가능성이 높다.

이사야 3:18-21절에는 어려운 이름의 장신구들이 등장하는데, 이것들을 살펴보면서 불운을 퇴치하려는 장신구의 독특한 목적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주께서 그 날에 그들의 장식한 발목 고리와 머리의 망사와 반달 장식과 귀 고리와 팔목 고리와 면박과 화관과 발목 사슬과 띠와 향합과 호신부와 지환과 코 고리와”(사3:18-21)

향합(tubular soul case)은 ‘바테 네페쉬’라고 하는데, 질병과 불운을 쫓는 주문이 적힌 파피루스가 들어있는 실린더를 말한다. 호신부는 ‘라하쉬’라고 하는데, 뱀 모양의 부적을 가리킨다. 고대의 여인들은 뱀 모양의 부적을 손에 들고 다녔는데, 이슬람에서도 모하메드가 출현하기 전까지 아랍 여성들은 금 모양의 뱀 부적을 유방 사이에 갖고 다녔다고 한다. 이런 부적과 술법의 의미를 알고 예레미야 8:17절 말씀을 읽어보자.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내가 술법으로도 제어할 수 없는 뱀과 독사를 너희 중에 보내리니 그것들이 너희를 물리라 하시도다”(렘8:17)

이러한 장신구들은 많은 경우 남녀 공용이었는데, 이러한 사실은 오늘날과 같은 겉치장 이외에 불운을 쫓는 부적과 같은 기능이 장신구에 있었음을 잘 보여준다. 욥의 세 딸의 이름 가운데 비둘기를 의미하는 첫째 딸 ‘여미마’를 제외하고 두 딸의 이름은 화장품과 향료의 이름임이 밝혀졌다.

딸들의 이름은 단순한 딸들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것 이외에 또 다른 목적이 들어간 작명(作名)일 것이다. 그것은 아버지인 욥이 자신의 경건함만으로는 퇴치할 수 없었던 지난 날의 불운이 다시금 반복되지 않고 혹시 찾아올 불운을 미연에 퇴치하려는 목적이 아니었을까 싶다.

류모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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