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4,416 | 2014-03-05

오순절과 쉐마 이스라엘(1)

“이스라엘아 들으라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하나인 여호와시니”(신6:4)히브리어로 ‘쉐마 이스라엘’(이스라엘아 들으라)로 시작되는 기도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죽음의 가스실로 향하는 가운데에서도 드려졌던 유대인들의 대표적인 기도문이다. 디아스포라로 불리는 2000년 간의 방랑생활을 통해서도 전 세계에 흩어진 유대인들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어준 ‘쉐마 이스라엘’ 기도문이 오순절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성도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아울러 성소에서 북쪽에 배치된 ‘떡상’과 남쪽에 배치된 ‘촛대’의 위치와 ‘쉐마 이스라엘’ 기도문이 상관성이 있다는 사실도 많은 성도들에게 생소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오순절 성령 강림’으로밖에 기억되지 않는 오순절의 절기가 유대인들에게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걸까? 오순절 즈음에 이루어지는 추수와 이스라엘의 날씨를 생각하는 가운데, ‘쉐마 이스라엘’ 기도문과 성소의 떡상과 촛대의 배치와 관련된 수수께끼를 풀어보도록 하자.

가나안 7대 소산물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아름다운 땅에 이르게 하시나니 그곳은 골짜기에든지 산지에든지 시내와 분천과 샘이 흐르고 밀과 보리의 소산지요 포도와 무화과와 석류와 감람들의 나무와 꿀의 소산지라”(신8:7,8)

신명기에서 언급한 가나안 땅의 7대 소산물은 2개의 곡식(밀, 보리)과 5개의 여름 과실(포도, 무화과, 석류, 올리브, 대추야자)로 이루어져 있다. 가나안 소산물로 열거된 작물 가운데 마지막에 나오는 것이 우리말 성경에는 ‘꿀’로 번역되어 있지만, 이는 성서시대의 유대인들에게는 특별하게 추가적인 설명을 하지 않아도 ‘대추야자 꿀’로 인식되었다. 가나안 7대 소산물은 히브리어로 ‘쉐바 미님’이라고 불리며, 유대인 예술가들의 작품에 대표적인 소재로 등장해 왔다.

야곱이 바친 가나안 진상품

“그들의 아비 이스라엘이 그들에게 이르되 그러할진대 이렇게 하라 너희는 이 땅의 아름다운 소산을 그릇에 담아가지고 내려가서 그 사람에게 예물을 삼을지니 곧 유향 조금과 꿀 조금과 향품과 몰약과 비자와 파단행이니라”(창43:11)

야곱은 곡식이 떨어지자 할 수 없이 자식들을 다시 애굽으로 보내야 했는데, 이 때 애굽에는 없는 가나안 땅의 진상품을 싸서 챙겨주었다. 총애하는 막내 아들인 베냐민에게 혹시라도 화가 미칠까봐 애굽의 총리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려는 생각에서였다. ‘이 땅의 아름다운 소산’으로 나오는 가나안 특산품(the choice product of the land)은 유향, 꿀(쥐엄열매 꿀), 향품, 몰약, 비자(피스타치오), 파단행(아몬드)이었다.야곱이 애굽 총리에게 바친 진상품과 신명기에 나오는 가나안 7대 소산물은 서로 다르다. 또한 동일하게 ‘꿀’로 번역된 단어가 각각 ‘쥐엄열매 꿀’과 ‘대추야자 꿀’로 다르게 해석되어야 한다. 두 개의 그룹 간에 있는 차이점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초실절과 칠칠절 사이: 운명의 7주간

“안식일 이튿날 곧 너희가 요제로 단을 가져온 날부터 세어서 칠 안식일의 수효를 채우고 제 칠 안식일 이튿날까지 합 오십 일을 계수하여 새 소제를 여호와께 드리되”(레23:15,16)니산 월 15일부터 21일까지의 1주일은 누룩이 들어가지 않은 빵을 먹는 무교절이다. 이 무교절의 1주일 기간 중에서 안식일 다음날이 초실절 절기다.

초실절에는 갈릴리 북쪽의 게네사렛 평야에서 처음 익은 보리단을 베서 예루살렘 성전에 바친다. 성전에 바쳐진 첫 보리단을 히브리어로 ‘오메르’라고 하는데, 이 날부터 7주 후에 있는 칠칠절의 절기까지 매일 카운트 다운에 들어가는 ‘운명의 7주간’이 시작된다. 오메르 1, 오메르 2, 오메르 3, 오메르 4… 오메르 48, 오메르 49

성서시대 가나안 땅의 농부들에게 ‘초실절부터 칠칠절 사이’의 7주간은 오늘날 대입 수능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D-데이를 향하여 하루하루 카운트 다운에 들어가는 것과 같았다. 이 7주간은 가나안 농부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고, 이들은 왜 마음을 졸이며 ‘오메르 계수(count)’로 불리는 카운드 다운에 들어간 것일까?

비구름의 북서풍과 사막의 남동풍

초실절부터 칠칠절까지 노심초사하며 ‘오메르 계수’에 들어가는 7주의 기간은 이스라엘에서 비구름을 동반한 ‘북서풍’과 사막의 ‘남동풍’이 교대로 부는 기간이었다. 이맘때쯤 막 꽃봉오리가 터지기 시작하는 올리브에게는 북서풍이 불면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올리브는 이 때 뜨겁고 건조한 사막의 남동풍이 불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올리브 꽃가루는 바람에 날려 주변에 있는 암술과 만나 꽃을 활짝 피우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포도, 석류, 대추야자 등 가나안 땅의 여름 과실들에게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그러나 이맘때쯤 1/3 정도 익은 밀은 이 기간에 차가운 북서풍이 불어야 전분(starch)이 가득한 밀 이삭으로 영글게 된다. 이 때 만약 뜨거운 남동풍이 불면 밀 수확은 격감하게 된다.

우리 말 속담에 우산 장사와 짚신 장사를 하는 두 아들을 둔 어머니가 비가 오면 짚신 장수 아들이 걱정돼서 울고, 해가 뜨면 우산 장수 아들이 걱정돼서 우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비구름의 북서풍이 불면 여름 과실 농사를 망치게 되고, 사막의 남동풍이 불면 밀 농사를 망치게 된다. 이 기간 동안 가나안 농부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것은 오메르 계수의 첫 주간에는 북서풍이 불고 나머지 6주간에는 남동풍이 부는 것이다.

이렇게 되어야 밀과 여름 과실의 수확이 모두 풍년이 들게 된다. 오메르 계수가 끝나는 칠칠절 즈음은 이스라엘에서 밀 추수기에 속한다. 만약 밀 수확기인 칠칠절 즈음에 비구름을 동반한 북서풍이 분다면 한 해의 밀 농사는 완전히 망치게 되고, 그 해에는 수많은 아사자(餓死者)들이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날씨와 농부들의 애타는 심정을 이해할 때, 여호와를 버리고 왕을 구하는 악을 행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한 사무엘의 경고 메시지가 생동감 있게 와 닿을 것이다. 당시는 밀을 수확하는 칠칠절 즈음이었고, 하나님은 왕을 구하는 이스라엘의 죄악을 심판하시기 위해 비구름을 동반한 북서풍을 불게 하셨다.

이 때 백성들은 ‘우리로 죽지 않게 하소서!’(save us from the death)라고 절규에 가까운 탄식의 기도를 하고 있다. ‘무슨 비가 한 번 왔다고 죽지 않게 해 달라고 아우성을 칠까?’라며 괜한 엄살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이스라엘의 기후와 그에 따른 농사의 수확을 알지 못한 무지의 소치일 것이다. 사무엘의 경고는 왕을 구하는 악을 행한 백성들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참혹한 심판의 경고였던 것이다.

“오늘은 밀 베는 때가 아니냐 내가 여호와께 아뢰리니 여호와께서 우뢰와 비를 보내사 너희가 왕을 구한 일 곧 여호와의 목전에 범한 죄악이 큼을 너희로 밝히 알게 하시리라 이에 사무엘이 여호와께 아뢰매 여호와께서 그 날에 우뢰와 비를 보내시니 모든 백성이 여호와와 사무엘을 크게 두려워하니라 모든 백성이 사무엘에게 이르되 당신의 종들을 위하여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 기도하여 우리로 죽지 않게 하소서 우리가 우리의 모든 죄에 왕을 구하는 악을 더하였나이다”(삼상12:17-19)

류모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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