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6,523 | 2008-07-23

외모로 사람을 판단해서 부끄러움을 당했던 그 사건…

◈ 아프리카 마사이 마을에서 맞는 아침 태양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신기하다.
나는 이런 자연 앞에서 날마다 감사의 아침기도를 드린다.

어느 날 기도를 마치고 막 돌아서려는데, 조그만 마사이 어린아이가 뒤에 서 있어서 순간 움찔했다.

“아니, 너 누구야?
왜 아침부터 사람 뒤에 몰래 서 있다가 놀라게 하는 거야?”

상쾌한 아침 공기가 퀴퀴한 냄새와 마사이의 전통적인 냄새로 급격히 대체되었다.
어린아이의 온몸에는 소똥이 말라붙어 있었고, 그을음에 찌든 메스꺼운 냄새가 났다.

이런 모습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그날 아침에는 이상할 정도로 화가 났다.

“왜 왔어? 언제 온 거야? 무엇 때문에 왔어?”
정말 짜증이 많이 났다.

좋은 아침이 엉망이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아이는 너무나 당황스러워하며 멍하니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는 이런 아이들을 종종 만난다.
학교에서 영어와 스와힐리어를 배운 아이들은 가정의 대변인이 되어, 때로는 본인 스스로 말을 할 줄 안다는 자랑을 하기 위해 억지 부탁을 하러 온다.

그래서 이 아이도 그런 부류라고 지레 짐작하고 짜증부터 낸 것이다.

◈ 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부드러운 음성으로 “9시에 사무실로 와서 지 목사님(구제와 행정 담당 목사)을 만나라.
내가 이야기를 잘해놓으마”라고 말하며 돌려보냈다.

그리고 문을 닫고 들어오는데, 아내가 누가 찾아왔냐고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뻔하지, 뭐. 또 도와달라는 거겠지.
우리가 은행인가? 아니면, 자선단체인가? 정말 짜증 난다.짜증 나!”

그런데 아내는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며, “아니, 조프리잖아? 조프리, 너 어떻게 이른 새벽부터 여기에 왔니?
집에 무슨 일이 있는 거니?” 아내는 상냥하게 물었다.

조프리가 대답했다.
“집에는 아무 일도 없어요.
아버지가 이것을 목사님께 가져다 드리라고 하시면서, 오늘이 아빠 생일이니까 시간 있으면 염소 고기를 드시러 집에 오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말하며 아이는 우유 한 병을 내밀었다.
조프리 아버지는 마사이의 전통적인 우유를 내가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나는 어린아이가 귀한 우유를 가지고 온 것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나는 겉모습만 보고 어린아이를 구걸하는 아이로 판단했으며 내 마음대로 추측한 것이다.
나는 매우 부끄러웠다.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들어와 따뜻한 우유와 빵을 내주었다.
그런데 아이는 빵을 맛있게 먹다가 절반 정도 남기더니, 주머니 속에 넣는 것이 아닌가?

그러고는 “잘 먹었습니다.
그럼, 갈게요” 하면서 돌아가려고 했다.

나는 아이에게 “너, 왜 빵을 다 안 먹고 주머니에 넣었니?”라고 물었다.

아이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잘못했어요. 하지만 저는 빵을 훔치지 않았습니다.사모님이 주신 거예요.”
아이는 또 눈물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내가 알고 있다고 말하며 괜찮다고 다독이자, 아이가 울먹이며 말했다.
“제 동생이 많이 아파요.빵을 먹는데, 동생 생각이 났어요.
사실 목사님께 드린 우유는 동생 몫이었는데, 아빠가 목사님께 드리라고 해서 가져온 거에요.”

◈ 순간 나는 숨이 콱 막혔다.

우유 한잔 배불리 먹지 못하면서 목사님을 기억하고 감사히 여기는 마음으로 동생 것을 대접하는 모습에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목이 메었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 연필, 노트, 빵, 사탕, 장난감 등을 보자기에 담아 주며 말했다.
“내가 잘못했다. 이거 가지고 가라. 그리고 아빠에게 전해라.
내가 감사히 여긴다고 말이다. 그리고 오늘 내가 너희 집에 간다고 말씀드려라.”

나는 총총히 멀어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자신에게 물었다.
“너, 선교사 맞니?”

마사이의 풍습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 채, 벌거벗은 모습만 보고 순진한 아이를 교회에서 나가라고 했던 나다.
상쾌한 아침 기분을 망쳤다는 이유로 아픈 동생이 먹을 우유를 가지고 온 아이에게 짜증을 내는 나다.

“내 형제들아 영광의 주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을 너희가 받았으니 사람을 외모로 취하지 말라”(약 2:1).
이토록 분명한 말씀조차도 순종하지 못한 나다.

그런데 하나님은 왜 나를 선교사로 부르셨는가?
이런 순전한 아이들을 보면서 나를 진정한 선교사로 만들어가시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부끄러웠지만, 선교사로서 내가 알지 못하고 그릇 행했던 것을 고침 받고 회개하며, 하나님의 일에 쓰임 받도록 깨달음을 얻은 일들이었다.

* 말씀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이르시되 그의 용모와 키를 보지 말라 내가 이미 그를 버렸노라 내가 보는 것은 사람과 같지 아니하니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 하시더라
삼상 16장 7절

내 형제들아 영광의 주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을 너희가 받았으니 사람을 외모로 취하지 말라
야고보서 2장 1절

* 당신은 다른 사람을 외모로 판단한 적은 없나요? 나의 기준이 아닌 하나님의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며 품을 수 있는 마음을 주시도록 기도하기 원합니다.
은혜를 받았다면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