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21,342 | 2008-08-31

왜, 내가 먼저 용서해야하나요?

◈ 용서라는 일은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좋아, 상대가 잘못을 알고 용서를 빌기만 한다면 다 용서하고 싸움을 끝내지”

우리는 용서를 상호 교환하는 것으로 만든다.
그것은 곧 양쪽 모두 “저 쪽에서 먼저 시작해야 돼” 하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상대방이 눈짓으로 무슨 신호라도 보내지 않는지 혹은 상대의 편지에 미안함을 표하는 작은 표시라도 없는지 매처럼 잔뜩 눈만 굴린다.

나는 언제나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정작 용서는 절대 하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 옳은 것이다.
- 헬무트 틸리케, 기다리는 아버지 中에서

헬무트 틸리케처럼 나도 용서의 문에 걸어 잠근 채 보복의 가슴앓이로 뒷걸음질칠 때가 너무 많다.

‘당한 건 난데 왜 내가 먼저 나서야 돼?’
그렇게 버티며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면 관계에 틈이 생긴다.
그리고 점점 넓어진다.
마침내 간격은 다시 이을 수 없을 만큼 커진다.

기분은 좋지 않지만, 내 탓으로 삼는 일은 드물다.
오히려 화해를 위해 취했던 작은 몸짓을 내세우며 자신을 정당화한다.

상대가 관계의 틈을 내 탓으로 돌릴 경우 자신을 변호할 셈으로 그런 시도를 일일이 심중에 적어둔다.

◈ 용서를 “사랑할 줄 모르는 이에게 베푸는 사랑”으로 정의한 헨리 나우웬은 그 과정을 이렇게 묘사한다.

말로는 종종 “용서합니다.” 하면서 그 말을 하는 순간에도 마음에는 분노와 원한이 남아 있다.

여전히 내가 옳았다는 말을 듣고 싶고, 아직도 사과와 해명을 듣고 싶고, 끝까지 칭찬(너그러이 용서한 데 대한 칭찬)을 돌려받는 쾌감을 누리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용서는 무조건적인 것이다.
그것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마음, 이기주의가 완전히 사라진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내가 일상 생활에서 연습해야 할 것은 바로 이런 하나님의 용서다.

◈ 그러려면 용서가 현명하지 못하고 실효성이 없다는 나의 모든 주장을 이겨 내야 한다.
또, 감사와 칭찬에 대한 모든 욕구를 넘어서야 한다.

끝으로, 아프고 억울한 가슴의 상처와, 나와 용서의 대상 사이에 약간의 조건을 둠으로써 계속 통제권을 쥐고 싶은 마음을 벗어 버려야 한다.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진노하심에 맡기라.
기록되었으되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 하시니라 -롬 12:19

결국 용서란 믿음의 행위다.
용서함으로써 하나님이 나보다 정의를 실현하는 데 뛰어난 분이심을 믿는 것이다.

용서함으로써 복수의 권리를 거두고 공평 문제의 처리를 모두 하나님께 넘겨 드리는 것이다.

요셉이 마침내 형들을 용서하게 되었을 때에도 상처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심판자가 되어야 할 부담은 벗겨졌다.

용서한다고 과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과실은 내게 미치는 영향력을 상실한 채 수습책을 아시는 하나님께 넘겨진다.

물론 이런 결정에는 모험이 따른다.
하나님이 상대방을 내 바람대로 처리하지 않으실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일례로 선지자 요나는 하나님이 니느웨 사람들에게 과분한 자비를 베푸신 데 대해 노했다)

◈ 내게 용서는 결코 쉽지 않다.
그리고 완전한 만족을 주는 경우도 드물다.

불의는 끈질기게 남아 있고 상처는 여전히 아프다.
옛날에 하나님께 맡긴 줄 알았던 문제를 찌꺼기까지 모두 도로 드리며 몇 번이고 계속 하나님께 가야 한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하며 살아야 하는 까닭은, 복음서에서 내가 나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주는 것같이 하나님이 내 죄를 사하여 주신다고 명백히 둘을 하나로 묶어 놓았기 때문이다.

거꾸로도 맞는다.
나는 하나님의 은혜의 물줄기 안에 살 때에만 남들을 은혜로 대할 힘을 얻을 수 있다.

- 필립 얀시,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


† 말씀
너희가 사람의 과실을 용서하면 너희 천부께서도 너희 과실을 용서하시려니와 너희가 사람의 과실을 용서하지 아니하면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 과실을 용서하지 아니하시리라 -마태복음 6:14,15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 마귀로 틈을 타지 못하게 하라 -에베소서 4: 26,27

누가 뉘게 혐의가 있거든 서로 용납하여 피차 용서하되 주께서 너희를 용서하신 것과 같이 너희도 그리하고 -골로새서 3:13

비판치 말라 그리하면 너희가 비판을 받지 않을 것이요 정죄하지 말라 그리하면 너희가 정죄를 받지 않을 것이요 용서하라 그리하면 너희가 용서를 받을 것이요 -누가복음 6:37

† 내가 잘못한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용서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은 없나요?
하나님을 믿는다면 용서하지 않을 수 없으며 용서하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내 삶에 어떠한 상황이 펼쳐진다 하더라도, 하나님 아버지의 판단과 뜻이 가장 옳음을 믿고 문제 처리에 대한 권한을 하나님께 넘겨드리기로 결단하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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