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25,122 | 2009-01-22

아, 이런 상태로 목사안수를 받을 수는 없는데...

지난 봄에 있었던 일이다. 예배인도를 마쳤는데 답답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진행도 순조로웠고 설교도 다른 날에 비해 참 좋았는데 말이다.

그동안 예배사역을 하면서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목감기에 걸려도, 예배 직전에 마음이 힘든 상황을 맞아도 흐트러지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다. 소모되어간다는 느낌이 내 안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힘든 마음에 작은 위로라도 받고 싶어서 열 살 난 아들 녀석에게 어느 정도 답이 예상되는 질문을 했다.
“아들! 아들이 생각할 때 아빠가 예수님 잘 믿는 사람 같아?”

나는 아이가 이런 대답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당연하죠. 아빠는 예배부 담당 전도사님이잖아요. 수요일 예배, 금요심야기도회, 주일 1~7부 예배를 다 섬기잖아요. 이런 아빠가 예수님 믿는 사람이 아니면 도대체 누가 예수님 믿는 사람이겠어요?”

하지만 곧이어 나온 아이의 대답에 돌처럼 굳어버리고 말았다.
“글쎄요…내가 아빠 속마음을 어떻게 알아요. 하나님만 아시죠! 그리고 아빠 속마음은 아빠가 나보다 더 잘 알잖아요!”

순간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했다. 이어 아들의 대답이 하나님의 음성이 되어 내게 다시 들려왔다.
"영표야, 너는 분명 알고 있다. 김영표 말해봐! 너는 진정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이냐?"

나는 그날 하루 종일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답답한 심정으로 거실 옆 기도 골방으로 들어갔다. 주님을 따르는 삶을 살겠다며 보낸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하나님, 이 정도로 최선을 다해 사역했으면 됐지 도대체 얼마나 더 바라시기에 이렇게 저를 무너뜨리십니까? 정말 너무하십니다!"

그 순간, 주님의 음성이 불어닥쳤다.
"너는 정말 나 하나면 만족하냐? 너는 나를 위해 포기했다고 하는데 지금 네게 있는 모든 것들이 다 없어져도 정말 나 하나면 만족하냐?"

그 순간 나는 그저 “아! 주님… 아! 주님…”하고 외칠 뿐이었다.

나는 분명 예수 믿는 사람이다. 하지만 “예수만으로 만족하고 있는가?”란 질문 앞에 정확하게 “예, 그렇습니다!”라고 말하기에는 많은 찔림이 있었다. 그렇다고 “아니요, 만족 못합니다”라고 말하려니 "나는 예수님을 믿지 않습니다"는 뜻이 되기에 그렇게도 대답할 수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간만 보내다가 어금니를 바드득 물며 떠듬떠듬 나의 정체를 고백하기 시작했다.
“주님, 저는 주님 한 분만으로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강력한 주님의 영이 나를 감싸기 시작했고 회개와 통곡이 이어졌다.
“주님, 죄송합니다. 주님을 사랑하긴 하지만 주님 한 분만으로 만족하지는 못했습니다.아버지, 너무너무 죄송합니다. 저는 아버지를 팔아먹고 살았던 놈입니다. 아버지를 이용하며 살았던 놈입니다.”

나는 정신없이 골방 바닥을 박박 긁어대면서 나의 실체를 실토했다. 사역자란 직분으로 포장되어 보여지는 모습을 진짜인 양 여기며 살아왔던 내 자신이 싫었다. 차라리 이대로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있는데, 두 달 후에 있을 목사안수식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 상태로는 도저히 목사안수를 받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적어도 내게 그 정도의 양심은 남아 있었다.

게다가 이 상태로는 예배부 담당 사역자로서 교회를 섬길 수도 없었다. 매 시간마다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를 드리라며 이야기하는 내가 정작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면 어찌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

"아! 주님, 이렇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그 고통 속에서 저 멀리 주님이 달리신 십자가 형상이 흐릿하게 비쳤다.

그곳으로 기어갔다. 만져보니 피로 흥건했다. 눈물이 났다.“아이고∼ 아이고∼” 목이 메어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내 위선이, 내 부정직이, 내 입술이 그 피를 쏟게 한다. 죄인 중의 죄인인 내가 예수님의 그 피를 여전히 쏟게 한다. 아! 방법은 오직 한 가지, 나 또한 그 십자가에 달려야 한다.

“예수님, 그 이름 앞에 내 최선이 아닌 내 전부를 드립니다. 최선이란 것이 내가 당신께 할 수 있는 최고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나의 전부를 원하신다는 것을 이제는 알았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힘을 생각할 때, 그 육체적 고통이 너무 두려웠다. 그런데 그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주님의 사랑이 나를 보호했고, 난 그 속에서 아픔도 고통도 느끼지 못한 채 처절한 싸움을 했다.

그리고 어느새 주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있는 나. 주님의 품에 있으니 왜 이리 좋은지… 세상이 알 수도 줄 수도 없는 평안, 그 맛이 바로 이 맛이구나!

십자가에 달리니 그동안 보였던 것이 다르게 보였다. 두려웠던 많은 존재들은 사라지고 오로지 한 존재만 두려웠다. 이제 정말 그분만 사랑한다. 나의 전부를 다 바쳐서!

“주님이 하셨다!” 감정도, 분위기도, 내 열심도 아닌 주님이 하셨다. 이제 나는 주님을 경외한다. 나는 결코 내 행위나 열심으로 주님을 경외할 수 없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죽기 살기로 성경 읽기김영표 | 규장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 갈라디아서 2장20절

그러므로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얻는 것은 율법의 행위에 있지 않고 믿음으로 되는 줄 우리가 인정하노라
- 로마서 3장28절

우리가 무슨 일이든지 우리에게서 난 것 같이 스스로 만족할 것이 아니니 우리의 만족은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나느니라
- 고린도후서 3장5절

주님, 죄송합니다. 주님 한 분만으로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주님을 섬기지 못했고, 주님께 나의 전부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저의 위선과 부정직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았습니다. 주님, 용서해 주세요. 이제, 주님 앞에 나의 전부를 드립니다. 나를 받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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