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5,948 | 2009-03-15

나는 정말... 기능적인 사람에 불과했다.

나는 그 어떤 기도보다도 찬양인도 직전에 예배팀원들과 함께 드리는 기도를 가장 간절하게 했다.“하나님, 우리 팀 가운데 충만하게 임하여주십시오. 모두가 신령과 진정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저희를 사용해주십시오.”

기도를 마치자마자 팀원들은 최선을 다해 예배를 인도하기 시작한다. 땀을 흘려가며 떠나갈 듯한 목소리로 노래하고 눈빛으로 "더욱더 최선을 다해 주님을 예배합시다!"란 메시지를 회중들에게 전하면서 말이다. 찬양의 가사를 통해 그것이 자신들의 결론임을 공개적으로 고백하고 있는 팀원들.

그러나 열정적이었던 그 시간이 끝나고나면 나는 자주 절망했다. 설교 시간에 졸고, 노래하고 연주하느라 목마르다고 예배당을 빠져나가고, 방송실로 올라가 잡담 반 농담 반으로 나머지 예배 시간을 때우는 팀원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간절하게 불렀던 찬양들과 울려 퍼지던 신앙고백들이 모두 연기가 되어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이러한 생각이 나 혼자만의 오해라면 좋으련만 만약 내가 느낀 것이 사실이라면 그게 무슨 예배인가! 예배인도할 때만 드러나는 영성이라면 무당과 다를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예배직전의 기도가 간절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인도하기 때문이 아닌가!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는 교인 한 사람을 얻기 위하여 바다와 육지를 두루 다니다가 생기면 너희보다 배나 더 지옥 자식이 되게 하는도다 _마 23:15

사실, 20여 년간 예배사역자로 살면서 내가 읽고 행한 말씀의 영역은 지극히 부분적이었다. 말씀을 받기보다는 내 머리로 생각해서 사역에 필요한 말씀을 골라 강의하고 적용했기에 당연히 결론은 주님이 아닌 나의 필요였다. 게다가 늘 예배와 찬양 콘티를 짜고 보컬팀과 악기팀 등 여러 팀을 운영하느라 분주해서 내가 얼마나 말씀이 부족한지 느끼지 못했다.

나는 참으로 기능적인 사람에 불과했다. 화려한 조명과 사운드가 받쳐주는 무대 위에서의 전심과 치열함만이 나의 영성이었고 믿음이었다. 단 한 번도 총체적인 말씀 앞에 전심으로 내 자신을 굴복시킨 적은 없었다.

하지만 말씀 앞에 전심으로 서지 않는 찬양과 사역을 성령님께서 어찌 기뻐하실 수 있겠는가? 이제 더 물러설 자리도 없는 내게, 원인도 모른 채 고갈되어버린 내게, 자칫 쓰임만 받고 버려질 위기에 처한 내게, 하나님께서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진리를 명하셨다.

"죽기 살기로 치열하게 말씀 앞에 서라!"

그것은 명령이었다. 그 명령은 매우 강력해서 어쩌면 주님과 연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음성 앞에 완전한 순종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이번에는 정말 인생이 끝장나버릴 것 같았다. 자기의 의로 무의미하게 열심만 내다가 버려지는 인생! 이어 단호한 결단의 선포가 내 입에서 나왔다.

“네, 주님! 죽기 살기로 치열하게 말씀을 읽겠습니다!”

하지만, 처음 말씀 앞에 서라는 명령이 들렸을 때 나는 좀 의아했다. 다른 것도 있을 텐데 왜 하필 말씀 읽기인가? 그러나 순종하면 할수록 주님께서 왜 내게 말씀 읽기를 명령하셨는지 그 이유를 확연히 알 수 있었다.

말씀을 전심으로 읽으면 읽을수록 나의 진짜 모습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이대로 살다가는 그냥 파멸해버릴 것 같았다. 따라서 말씀 읽기는 나에게 있어서 아주 긴급한 명령이자, 시기적절한 처방전이었던 것이다.

죽기 살기로 성경 읽기김영표 | 규장

그 날에 많은 사람이 나더러 이르되 주여 주여 우리가 주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 하며 주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 내며 주의 이름으로 많은 권능을 행하지 아니하였나이까 하리니 그 때에 내가 그들에게 밝히 말하되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니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라 하리라
-마태복음 7장22절,23절

내가 내 몸을 쳐 복종하게 함은 내가 남에게 전파한 후에 자신이 도리어 버림을 당할까 두려워함이로다
-고린도전서 9장27절

하나님, 겉으로는 주님을 드러냈지만 속으로는 "내가 맡은 일"의 필요에 따라 말씀을 골라 적용하며 나의 필요를 채우는데 주님을 이용한 것은 아니었는지요.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쇼윈도 영성을 버리고 오직 말씀이신 하나님 앞에만 전심으로 직면하기로 결단합니다. 하나님의 일을 한다면서 자기의 의로 무의미한 열심만 내다가 버려지는 인생이 되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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