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2,197 | 2010-09-23

온유한자에게 주는 그 땅을 받았니?

얼마 전 재완이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예전에 촬영한 테이프들을 몇 개 꺼내어 보았다.
1990년대 초반, 교회에 가는 골목길에서 담배를 피던 풋풋한 재완이가 나왔다. 끝없이 피워대던 담배, 거칠고 허기지고 절망한 멘트들.

“너 찍어도 되냐?” 검은 비닐봉지를 찍으며 가는데 그것이 누군가의 발에 걸린다. 카메라를 위로 향하니 재완이가 담배를 피우며 인상을 팍 쓰고 있다.

“맘대로 해라. 근데 나 같은 놈 찍어서 뭐할래?” 내가 촬영해도 되냐고 묻자 퉁명스럽게 답을 한다. 그러더니 길가에 묶여 있는 개를 보고, “야! 나도 꽉 묶여 있다. 오도 가도 못하고 내 인생도 꽉 막혀 있다” 하며 일그러진 모습으로 담배 연기를 잔뜩 뿜어댄다.

폐가들과 갈대숲과 후미진 곳들만 찾아 떠돌던, 세상의 모든 허무를 다 들이마신듯 깊은 한숨을 내쉬던 재완이가 이토록 달라진 것이다. 거칠고 야생의 들개 같던 생生과 성품이 성령님을 만나고 하나님의 사람으로 변한 것이다. 비록 무명의 떠돌이 시인이지만 온유한 자가 된 것이다.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나
내 안에 살아 움직이는 성령님 도움으로
내가 움직인다

사람이 성령 하나님 맛보게 되면 바꿔진다
내가 그전에 성령의 맛을 몰랐다


연습장의 여백마다 이런 시들이 가득하다. 이 단순하고 과감한 시는 진정으로 온유한 자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었다. 갑자기 내 영이 밝아지는 느낌이었다.‘이것이 온유한 자의 풍경이구나. 그걸 알지 못하고 먼 데서 찾았구나.’ 마치 성령님께서 눈에 비늘을 벗기고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전에 온유한 자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었어.”
마치 내 심중을 읽기라도 한 듯이 갑자기 재완이가 말했다.

“정말? 그래서 이렇게 변했구나. 그러면 약속하신 그 땅을 받았니?”
“그 땅은 바로 하늘의 마음이야. 예수님의 마음이지. 너무나 넓고 위대한 사랑의 땅이야. 난 그것을 구했어. 그리고 아주 조금 알게 됐지.”

나는 무슨 천상에서 울리는 음성을 듣는 줄 알았다. 온유한 자가 받은 그 기업, 그 땅이 ‘하늘의 마음’이라니…. 생각하지도 못한 것이었다. 이제 조금 그것을 알게 됐다고 말하는 재완이가 정말 달리 보였다.

언젠가 우면산의 숲에서 온유한 자에 대하여 열어달라고 간절히 구한 적이 있다. 그때 내 앞에 아주 특이한 새 한 마리가 날아와 가만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무나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꼬리는 까치를 닮았고 머리는 산비둘기나 꿩처럼 생겼다. 그 새가 너무나 가까이 다가왔고 마치 지상에 없는 것처럼 여겨져서 신비한 느낌조차 들었다.

‘온유함을 구했는데 왜 이 새를 보여주시지?’
사무실에 돌아와 그 새를 인터넷으로 찾았으나 나오지 않았다. 집요하게 찾자 결국 그 이름이 나왔다. 그것은‘어치’였다.

어치는 평범한 새다. 그런데 어치에 대해 자료를 찾다가 나는 감탄하고 말았다. 어치의 특징은 건망증이다. 겨울에 먹기 위해 도토리들을 낙엽이나 흙속에 쉬지 않고 파묻는다. 그런데 어디에 묻었는지를 잊어버리는 것이다.

반대로 다람쥐나 청설모는 도토리를 자기 굴에 가져와 생장점을 물어뜯어 쌓아둔다. 그래야 싹이 트지 않기 때문이다.

어치의 건망증은 엄청난 결실을 거두는데, 어디에 묻었는지 알지 못하기에 그것이 봄이 되면 싹을 틔운다. 독일의 산림 연구원들이 낸 자료를 읽었는데, 어치가 그렇게 하여 만드는 참나무 숲의 넓이와 규모가 상상을 불허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보새’가 숲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나는 이것과 ‘온유함’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 생각했다.

내 안에 아름다운 천국이 있다
천국이 내게 있다

열방의 노래 불러보자
내 가슴속에 열방이 있다면
그게 열방의 노래다
사랑으로 노래한다면
그곳이 내 땅이다
아버지의 땅이다


나는 재완이의 시 노트를 읽으며 카자흐스탄에서 온 선교사님 얘기를 했다. 장애인 아이들과 뻥튀기 장사를 하면 공동체에 수익이 좋을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야! 우리가 그 뻥튀기 기계 사주자.”
“그게 얼마나 비싼데… 삼백만 원도 넘는다는데….”
“그래도 우리가 기도하고 애쓰면 살 수 있을 거야. 아버지가 도와주실 거야.”

재완이는 항상 어려운 이들에 대해서 나누면 즉각 반응한다. 그것의 규모나 액수가 얼마든지 상관하지 않고 적극적이다. 그리고 자기가 거리에서 힘들게 번 물질을 가장 먼저 가지고 온다. 그렇게 묻은 물질과 기도와 시간들은 헤아릴 수 없으리라.

‘이것이 진정 바보새가 아닌가?’ 이 계산하지 않은 마음은 하늘에서, 우리 아버지에게서 나온 것이리라. 그래서 재완이는 여전히 수많은 땅을 품고 섬긴다. 이 광야 같은 광화문 길바닥에서….

나는 재완이가 그 누구보다 일본, 이스라엘, 북한, 인도, 아프리카를 품고 기도하는 것을 알기에 믿는다. 이미 하늘 아버지가 사랑과 애통으로 품으시고 마음을 부어주신 땅들을 소유한 것이다. 밤톨 하나, 도토리 하나처럼 작은 사랑과 섬김, 기도의 충성을 드려서 점점 하나님나라의 숲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나도 작은 충성으로 내게 주신 그 숲을, 황토빛 광야를 더 키우리라 다짐했다.

온유한 자는...+내 꿈은 사랑입니다김우현,정재완 | 규장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 마태복음 5장5절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
- 사도행전 1장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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