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8,726 | 2010-12-02

<내려놓음> 그 다음 단계는...?

안식년 기간 중 미국 뉴저지에서 집회를 할 때였다. 집회 둘째 날, 《더 내려놓음》에서 다뤘던 ‘십자가에 우리의 자아를 못 박아야 한다’라는 주제로 설교를 했다. 그날 집회가 끝난 후에 한 형제가 찾아와 이렇게 물었다.

“선교사님의 말씀을 통해서 저의 자아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또 그것이 옳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그런데 십자가에 못 박힌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내게 이 질문을 한 그 형제는 초신자가 아니었다. 교회에서도 열심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선교단체에서 훈련도 받았다. 직장생활과 선교단체 간사 사역을 병행하며 하나님을 섬기고 있었다.

이 형제의 질문은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십자가를 진 이후의 삶의 모습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우리의 자아가 십자가 위에서 못 박혀야 한다는 내용의 설교를 전할 때면 많은 분들이 당혹해하고 의아해하며 지금까지 신앙생활을 해오면서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았다고 말하곤 했다.

신앙생활을 오래 해온 사람들조차 십자가 이후의 삶의 모습에 대해 경험적으로 고백하고 있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 형제의 질문에 대해 사도 바울은 이런 말을 남겼다.

그러므로 내 형제들아 너희도 그리스도의 몸으로 말미암아 율법에 대하여 죽임을 당하였으니 이는 다른 이 곧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이에게 가서 우리가 하나님을 위하여 열매를 맺게 하려 함이라 _롬 7:4

즉, 육체의 법인 율법에 대하여 죽은 우리를 향한 부르심은, 예수님에게로 가서 그분과 연합하여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열매 맺는 삶을 이루는 것이라는 말이다.

교인들은 흔히 ‘십자가를 통과한 사람의 삶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라는 당위론을 가지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십자가를 진 이후의 삶에서 나타나는 것은 ‘존재의 변화’이다.

자기 존재의 이유와 목적에 대한 이해가 바뀌고, 나를 선한 사람으로 살게 하는 동력이 바뀌는 것이다. 스스로의 윤리적인 노력으로는 이룰 수 없는 변화이다. 내가 무언가를 할 필요가 없다. 십자가를 지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이 나를 이끌어 가시기 때문이다.

안식년을 마칠 무렵, 기도하던 중에 ‘같이 걷기’라는 말이 떠올랐다. 문득 그것이 믿음을 가지고 사는 삶에 대한 또 다른 표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십자가 신앙을 고백한 이후의 삶은, 십자가를 지시고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내 십자가를 지고 같이 걸으며 그분의 고난과 기쁨과 영광에 동참하는 삶이 아닐까.

우리말 ‘같이’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부사인 ‘함께’라는 뜻 외에 조사 ‘처럼’이라는 뜻이다. 즉, 예수님과 같은 모습으로 예수님과 같이 걷는다는 의미가 된다.

예수님처럼, 예수님과 함께 걸어갈 때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열매가 맺힌다. 이것이 성령의 열매이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기만 하면 저절로 열매를 맺는 것과 마찬가지다. 포도나무 가지 스스로 열매를 맺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열매를 맺기 위해 가지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은 나무에 꼭 붙어 있도록 그저 자신을 내맡기는 것뿐이다.

같이 걷기이용규 | 규장


내 안에 거하라 나도 너희 안에 거하리라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아니하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음 같이 너희도 내 안에 있지 아니하면 그러하리라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
- 요한복음 15장4절,5절

그 안에서 너희도 진리의 말씀 곧 너희의 구원의 복음을 듣고 그 안에서 또한 믿어 약속의 성령으로 인치심을 받았으니 이는 우리 기업의 보증이 되사 그 얻으신 것을 속량하시고 그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려 하심이라
- 에베소서 1장13절,14절

주님, 십자가를 지겠다고 고백하면서도 아직도 내 뜻대로 살려고 했던 모습들을 회개합니다. 항상 주님만 바라보게 하시고 주님께 소망을 두게 하소서. 주님과 동행하며 주님의 성품을 본받고 생명의 열매를 맺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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