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2,877 | 2011-01-25

‘대통령이 너를 찾을 것이다’

나는 1998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 당일에 김대중 대통령을 모심으로써 청와대 근무를 시작했다.

대통령 주변에는 그 분을 오랫동안 모신 측근들이 많았다. 나는 호남 출신도 아니고, 대통령과 그 측근들도 전혀 몰랐으며, 그저 하루아침에 외무부에서 불려온 일개 관료에 불과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그런 나를 무척 사랑하고 신임하셨다. 대통령을 오래 모신 사람들의 눈에는 대통령께서 지금까지 아무런 관계도 없던 비서관을 그토록 신임하시는 것이 불가사의하게 보였음이 틀림없다.

청와대에는 나를 도와줄 사람도 내가 의지할 사람도 없었다. 나에게는 오직 하나님 한 분만 계셨다. 그래서 나는 누구도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만 의지하려 했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꼭 새벽예배에 참석했다. 하나님은 그러한 나를 눈동자처럼 지켜주셨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2000년 3월 6일 오후에 대통령께서 프랑스 국빈 방문차 파리에 도착했다. 그날 저녁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전에서 시락(Jacques Rene Chirac) 대통령 주최 만찬이 열렸다. 대통령께서는 밤 11시가 되어서야 영빈관으로 돌아오셨다.

나는 대통령께서 묵으시는 방에서 잠깐 보고를 드리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기도한 후에 다음 날 일정을 챙기고 나니 새벽 2시였다. 아침 6시 전에는 일어나야 하니 잘 시간이 얼마 없었다.

나는 눈을 감자마자 곯아떨어졌다. 단잠을 한창 자는데 갑자기 누가 내 머리를 딱 쳤다.
‘어, 누구지?’
깜짝 놀라 일어났는데 아무도 없었다. 다시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이상하게도 눈이 말똥말똥해지면서 잠이 오지 않았다.

그때 번뜩 이런 마음이 들었다.
‘대통령이 너를 찾을 것이라.’

나는 서둘러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만지고, 넥타이를 매고, 양복을 입었다. 그런 후에 책상에 앉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5분이었다. 전화를 받아보니 대통령을 옆에서 모시는 장옥추라는 여비서였다.

“비서관님, 일어나셨어요?”
“네, 일어났습니다.”
“준비하시는 데 얼마나 걸리실 것 같아요?”
“왜요?”
“지금 대통령님께서 비서관님을 찾으시거든요. 오시는 데 얼마나 걸리실까요?”
“지금 바로 갈 수 있어요.”
“그럼 지금 오세요.”

나는 전화기를 내려놓고 대통령 방으로 갔다. 내가 노크를 하고 들어가니 대통령께서 깜짝 놀라셨다.

“아니, 안 잤나?”
“잤습니다.”
“그런데?”
“찾으실 것 같아 일어나 있었습니다.”
“그래?”

대통령께서는 여비서에게 ‘비서관이 일어나면 오라고 하라’고 지시하고, 내가 준비하고 오려면 다소 시간이 걸리리라 생각하셨던 것 같다. 대통령께서는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시며 몇 가지 일을 지시하셨다.

2000년 9월 대통령께서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셨을 때였다. 그날도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새벽에 누가 내 머리를 또 때리는 것 같았다. 그날은 일어나자마자 바로 씻고, 옷을 입고 책상에 앉아 있었다. 곧 전화벨이 울렸는데 시간을 보니 5시였다. 받아보니 장 비서였다.

“수석님, 일어나셨어요?”
“네, 일어났습니다.”
“그럼 얼마나 걸리실 것 같아요?”
“대통령님이 찾으시나요?”
“네, 지금 찾으시거든요.”
“나는 다 준비됐어요. 바로 갈게요.”
“그럼 오세요.”

나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바로 대통령 방으로 갔다. 대통령께서는 내가 준비하고 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셨는지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계시다가 넥타이까지 깔끔하게 맨 나를 보시더니 깜짝 놀라셨다.

“아니, 안 잤나?”
“잤습니다.”
“그런데?”
“네, 찾으실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

대통령께서는 나에게 여러 가지를 물으시고, 많은 것을 지시하셨다. 나중에 김대중 대통령께서 퇴임하신 후에 장 비서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녀가 내게 말했다.

“대사님은 참 신기하세요. 어떻게 대통령님께서 찾으실 때마다 그렇게 일어나 계셨어요?”

내가 대답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항상 그래요.”

나는 청와대에서 의전비서관과 외교안보수석비서관으로 근무한 3년 8개월 동안, 대통령을 모시고 외국 여러 나라와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언제 어디서나 대통령께서 나를 찾으실 때는 항상 일어나 정장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매번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겠는가! 내 안에 계신 성령께서 대통령이 나를 찾을 것을 알고 계셨으며, 대통령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는 나를 사랑하셔서 내가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도록 눈동자처럼 지켜주셨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도록 하나님께 감사하다.

하나님의 대사 2김하중 | 규장

여호와께서 그를 황무지에서, 짐승이 부르짖는 광야에서 만나시고 호위하시며 보호하시며 자기의 눈동자 같이 지키셨도다
- 신명기 32장10절

여호와는 너를 지키시는 이시라 여호와께서 네 오른쪽에서 네 그늘이 되시나니 낮의 해가 너를 상하게 하지 아니하며 밤의 달도 너를 해치지 아니하리로다 여호와께서 너를 지켜 모든 환난을 면하게 하시며 또 네 영혼을 지키시리로다
- 시편 121장5절~7절

내가 의지할 분 오직 주님 한 분 뿐입니다. 신실하신 주님을 온전히 의지하며 지켜주시는 은혜를 누리며 살겠습니다. 주님, 항상 깨어있게 하시고 주님의 음성에 민감한 자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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