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2,666 | 2011-05-22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되나?

처음 만난 사람이 나의 군 이력을 물으면 나는 장교 출신이라고 말합니다. 나는 분명히 예비역 육군 소위입니다. 하지만 나의 이력을 아는 사람들은 나를 ‘육개장’이라고 부릅니다.

“그게 무슨 장교냐? 육개장이지.”

지금은 없어진 제도이지만 과거에는 6개월간 군복무를 하는 석사장교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육 개월 동안만 장교로 근무한다고 해서 줄임말로 ‘육개장’이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때 경험이 하나님나라의 복음과 나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매우 큰 교훈을 주었습니다.

훈련소에 입소한 나는 4개월간 아주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훈련소 조교들이 6월 만에 군복무를 마치는 우리를 얄밉게 봤는지 모르겠지만 혹독하게 훈련을 시켰습니다. 한겨울 훈련을 끝내고 자대 배치를 위해 영천에서 기차를 타는 마지막 날까지만 해도 나는 여전히 정신없이 뺑뺑이 도는 훈련생 신분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기상하여 각자 식기를 챙겨 들고 식당으로 뛰어 들어가 재빨리 밥을 먹은 다음 빨리 식기를 닦는 일상에 변함이 없었습니다. 조교들로부터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욕도 실컷 얻어먹었습니다. 그리고 개인 물건을 챙겨 어디로 배치될지도 정확히 모르는 가운데 훈련소를 떠나 기차에 올랐습니다.

그날 밤 늦게 전방에 도착한 나는 6사단에 배치되었습니다. 캄캄한 밤이라 어디가 어딘지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막사에 들어갔습니다. 사병이 페치카(pechka, 벽난로) 옆에 잠자리를 마련해주었고 나는 너무 피곤한 나머지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아침이 되어 누가 흔들어 깨우기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니 사병이 밖으로 나오시라고 말합니다. 얼떨결에 밖으로 따라 나갔더니, 세상이 변해 있었습니다.

세숫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아놓았고 그 옆에는 사병이 오른팔에 수건을 걸친 채 칫솔을 들고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지옥이 천국으로 변한 것입니다.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조교의 명령대로 뛰어다녔는데, 하룻밤 사이에 내가 견습소대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게다가 사병이 따뜻한 물까지 받아놓고 기다리고 있으니 너무나 황당했습니다.

‘내가 이런 것을 받을 자격이 되나?’이런 생각뿐이어서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어제 일을 생각하면 꿈만 같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훈련병에서 견습소대장이 되었다는 신분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는 무려 2주가량 걸린 것 같습니다. 견습소대장 대접을 받을 때마다 내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나? 내가 정말 소대장 맞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불과 하루 만에 내 신분이 변했습니다. 더 이상 훈련병이 아니라 장교가 된 것입니다. 나는 그때 일을 생각할 때마다 그것이 마치 우리가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의인이 된 신분의 변화와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분명히 구원 받고 나서 우리의 영적 신분이 변했는데도 달라진 신분에 맞게 살지 못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의인(義人)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가 이미 거룩한 자, 곧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입니다.

내가 장교가 되었기 때문에 장교의 대접을 받고 장교에 걸맞게 말과 행동과 태도가 달라졌듯이, 내가 의인이 되었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생각과 행동과 감정을 배워가는 것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사병이 장교 흉내를 낸다고 해서 장교가 되는 것이 아니듯, 우리의 생각으로 행동과 태도와 생각을 바꾼다고 해서 의인이 되고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이 우리를 위하여 행하신 일을 듣고 믿고 받아들일 때 우리의 신분은 변화되었습니다.

기대합니다 성령님손기철 | 규장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이는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뜻으로 나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들이니라
- 요한복음 1장 12,13절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 고린도후서 5장17절

우리가 알거니와 우리의 옛 사람이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은 죄의 몸이 죽어 다시는 우리가 죄에게 종 노릇 하지 아니하려 함이니 이는 죽은 자가 죄에서 벗어나 의롭다 하심을 얻었음이라
- 로마서 6장6,7절

죄의 종에서 허덕이는 저를 십자가의 은혜로 의의 길로 구원해 주신 주님의 은혜와 사랑에 감사합니다. 주님, 이제 저는 주님의 자녀입니다. 나의 아버지는 전능하신 창조주 하나님이십니다. 매일 기도와 말씀으로 주님과 교제하며 동행하길 원합니다. 이제는 문제 앞에서 나의 생각과 환경에 얽매이지 않고 더욱 주님의 마음과 뜻을 간구하겠습니다. 주님, 자녀의 기도에 응답하여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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