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6,616 | 2011-09-06

‘하나님께 구했다가 안 들어주시면 어떻게 하지?’

제 아내는 맏딸입니다. 아내는 부모님께 뭔가 요구하고 싶은 게 있어도 부모님이 들어주지 않으시면 관계가 어려워질 것을 두려워해 아예 처음부터 요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면 아내에게 서운함이 사라졌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내가 원하는 걸 들어주지 않으셨을 때 끝내 서운함이 남습니다. 속으로 ‘역시 안 되는 일인가 보다’라고 오해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런 생각과 태도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도 나타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하나님께 구했다가 안 들어주시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 때문에 처음부터 구하지 않는 겁니다. 그것이 신앙이 아주 좋은 사람의 태도와 행동인 것처럼 착각하기도 합니다.

제 아내가 대학생 시절에 가진 모토 중에 하나가 ‘그리 아니하실지라도’였다고 합니다. 이 말을 누가 처음 했습니까? 다니엘의 친구들입니다.

“그렇게 하지 아니하실지라도 왕이여 우리가 왕의 신들을 섬기지도 아니하고 왕이 세우신 금 신상에게 절하지도 아니할 줄을 아옵소서”(단 3:18).

금 신상에 절하기를 거부한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가 화형을 당하게 되었는데, “왕이여 우리가 섬기는 하나님이 계시다면 우리를 맹렬히 타는 풀무불 가운데에서 능히 건져내시겠고 왕의 손에서도 건져내시리이다”(단 3:17)라고 믿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구해주지 않으실지라도 하나님을 경외하고 사랑하기를 원한다고 고백한 것입니다. 굉장히 뛰어난 신앙의 자세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자칫하면 우리의 불신앙을 그런 모토로 살짝 가려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우리가 초자연적인 믿음을 가지고 교회생활이나 신앙생활을 하기보다 어쩌면 불신앙이나 다름없는 믿음을 가지고 생활할 때가 더 편리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심지어 선교사의 삶에서도 그럴 때가 많습니다.

저도 사역 현장 가운데서 이와 유사한 경험을 많이 하게 됩니다. 몽골의 의료 환경이 너무 어렵다 보니 기도에 의지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제 아이들이 아플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편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해줍니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을 위해 기도할 때는 믿음이 조금 약해지는 것 같습니다.

감기와 같은 가벼운 병을 위해 기도할 때는 기도가 쉽게 나옵니다. 하지만 암과 같은 어려운 병을 위해 기도할 때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 분을 위해 기도해줄 때는 제 스스로에게 믿음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때가 사실 많습니다.

제 주변의 사람들을 위해서는 쉽게 기도가 되는 편입니다. 그러나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할 때는 그렇지 못합니다.

몽골에서 사역할 때는 특별히 하나님이 주신 부담 때문에 회중들을 위해 치유기도를 해줘야 할 때가 가끔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제가 참 믿음이 없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모세가 간구하는 태도를 보면 어딘가 다른 것을 느낍니다. 모세는 일단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것을 하나님께 다 이야기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아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리 아니하실지라도’의 믿음을 갖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여 우리의 불신앙을 이런 표현으로 가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럴 때는 그냥 이렇게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하나님, 제가 믿음이 없습니다. 하지만 믿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합니다.” 이렇게 기도하고 반응할 때 하나님께서 일해주시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복음이 나를 결정한다홍정길,이동원,이용규 외 | 규장

오직 믿음으로 구하고 조금도 의심하지 말라 의심하는 자는 마치 바람에 밀려 요동하는 바다 물결 같으니 이런 사람은 무엇이든지 주께 얻기를 생각하지 말라
- 야고보서 1장6,7절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무엇이든지 기도하고 구하는 것은 받은 줄로 믿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그대로 되리라
- 마가복음 11장24절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
- 예레미야 33장3절

주님, 제가 믿음이 없습니다… 나의 믿음 없음을 불쌍히 여겨주시옵소서. 나의 모든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하시는 주님이심을 믿습니다. 내 마음의 조급함과 불신앙을 떨쳐내고 오직 신실한 믿음만이 자라게 하여 주옵소서. 주님의 생각이 제 뜻과 다를지라도 순종하는 믿음을 허락하여 주시고, 나의 모든 고백을 믿음으로 응답 받는 경험이 제 삶 가운데 충만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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