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34,796 | 2012-04-05

‘아부지, 고맙구먼유.’

KBS의 프로그램 중에 〈대한민국은 한가족입니다〉라는 특별 방송이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생방송으로 진행하는데 방송 중 모아진 성금은 전액 어린이재단을 통해 어려운 가정의 아동 치료비를 후원하는 감동이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를 연출하는 담당 피디님과 작가님의 오랜 설득으로 우리 가족은 출연을 허락하고 작가님과 계속해서 전화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어려운 이웃을 돕는 좋은 방송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우리 가족을 후원하는 것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로 담당자들과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죠.

누군가를 돕기 위해 홍보 대사로 나섰다가 혹시 오해를 받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남편이 “좋은 일 하는 데 염려할 게 있겠냐”라고 말해서 우리는 열심히 촬영에 협조했습니다.

재즈 피아니스트 진보라 씨가 대전 공부방에 와서 우리가 방송에 출연해서 부를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함께 부르며 하은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는 걸 촬영하고, 이틀 뒤에 서울 방송국 공개홀로 가서 생방송 촬영을 했습니다.

아이들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방송국 구경도 하고, 한참 들떠 있는 가운데 우리 가족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대기실의 모니터를 통해서 보았습니다. 화면에는 미리 녹화한 장면이 나오고 있었고, 전화로 기부(ARS)하는 금액이 쑥쑥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방송 내용이 좀 이상했습니다. 우리 가족이 열심히 봉사하며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가난하기 그지없는 우리 집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어요. 천장에서 물이 새서 벽지가 찢겨져나가고, 바닥은 곰팡이가 잔뜩 슬어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나중에는 제가 하은이가 플룻을 불고 싶어 하는데 가르치지 못해서 아이에게 미안하다며 울먹이는 장면까지 나왔습니다. 저는 얼굴이 뜨거워 고개를 들 수가 없었고, 남편의 얼굴에 웃음이 싹 가셨습니다.

곧바로 시작된 생방송에서도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모를 정도로 경황이 없이 무대를 빠져나왔습니다.담당 피디님이 수고했다며 저녁을 사주겠다는 걸 뒤로 하고 우리는 대전행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아이들은 연예인을 만나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은 것에 흥분해서 연신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그러는 동안 남편과 저는 눈빛으로 이야기를 했죠.

‘이제 어쩌지유?’
‘글쎄유.’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지 자신이 없네유.’
‘기도하며 이깁시다. 이제 와서 어쩌겠어유.’

생방송이라 대전에 내려오는 중에 벌써 문자와 전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도와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방송 보니 후원액이 계속 올라가던데 그거 다 너네 주는 거야?”
“윤정희도 별 수 없나봐.얼마나 어려우면 아이들을 앞세워 후원을 받니?”

하루 만에 대한민국 국민들 앞에서 사랑하는 자식을 앵벌이로 내세운 부모가 되어버렸습니다. 작가님과 피디님이 전화로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저는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출연료와 교통비를 정산해서 보내겠다는 것도 거절했습니다. 행여 기부금을 받았다는 오해를 받기 싫어서였죠.

누군가를 돕기 위해 시작한 이 일로 인해 저는 한동안 우울했습니다. 주님께 기도만 하려면 눈물이 먼저 나왔죠. ‘주님’이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하늘만 바라봐도 눈물이 나왔습니다.

교회 강대상 앞에서 “주님, 주님…” 하며 흐느껴 우는데 강렬한 주님의 임재를 느껴 앞을 바라보았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피 흘리시며 저를 보시는 그분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습니다. 주변에서는 웅성웅성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야유하는 소리가 가득했습니다. 사람들의 오해로 가슴이 아파서 우는 저를 위해 함께 눈물 흘리며 위로하시는 주님이 거기 계셨습니다. 당신의 아픔으로 우시는 예수님이 아닌 오직 저를 위해 우시는 예수님이었죠.

저는 주님의 발아래서 울고 또 울었습니다. 사람들의 오해로 마음이 아파서 운 게 아니고, 저를 염려하고 걱정하셔서 우시는 주님으로 인해서요.

요즘도 가끔 사람들이 묻습니다.
“어디서 후원이 들어오지요?”

그럼 저는 거침없이 대답합니다.
“우리 아부지가 부자라서유. 하늘 아부지가 다 해결해주네유.”

이 말을 하고 하늘 아버지를 보며 ‘씩’ 하고 웃습니다. 그러면 우리 부자 아부지도 저를 보고 씩 웃으십니다.

‘아부지, 고맙구먼유.’

하나님, 땡큐!윤정희 | 규장

예수께서 그가 우는 것과 또 함께 온 유대인들이 우는 것을 보시고 심령에 비통히 여기시고 불쌍히 여기사 예수께서 눈물을 흘리시더라
- 요한복음 11장 33,35절

이와 같이 성령도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시나니 우리는 마땅히 기도할 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
- 로마서 8장 26절

여인이 어찌 그 젖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찌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
- 이사야 49장 15절

내가 슬플 때 더 슬퍼하시고, 기쁠 때 더 기뻐하시는 주님, 나의 모든 상황을 아시고 누구보다 따뜻하게 위로해주시는 주님, 감사합니다. 주님의 임재 안에 거함이 참된 복임을 깨닫고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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