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34,021 | 2012-05-13

“그때 우리는 모두 혼비백산했다...”

실제로 우리에게 직접적인 생명의 위협이 닥쳤을 때, 그 앞에서 의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의 생명이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 자신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윗 역시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사울 왕 앞에서 여러 번 도망쳤으며, 가드 왕 아기스 앞에서는 너무나 두려운 마음에 미친 척을 하기도 했다.

위험 앞에서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도망하는 것이 반드시 잘못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반응이 항상 주님을 위한 것이라면 한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그저 내 한 생명 보존하고자 주님을 모른 체하게 되기 십상인 것이 우리의 연약함이 아닌가 싶다.

나에게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주님의 사랑을 외면했던 부끄러운 기억이 있다. 2011년 1월 러시아에서 열린 코스타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는 예수님의 사랑과 성삼위(聖三位)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말씀을 전했다.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3박 4일간의 코스타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주일 아침이 되었다. 나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코스타 강사로 오신 몇몇 분과 함께 아침 식사를 마치고 식탁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자매 한 명이 달려 들어오는데, 얼굴에서는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 그녀는 게스트 하우스 바로 옆에 기거하며 그곳의 일을 도와주던 자매였는데, 우리의 식사도 몇 번 챙겨준 적이 있어 안면이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사이에 그녀의 남편이 몽둥이를 들고 그녀를 따라왔다. 알고 보니, 그녀는 남편의 폭력을 피해 우리 쪽으로 도망쳐 온 것이다. 우리는 그녀를 보호하려고 그녀의 남편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안간힘을 썼지만, 그는 어느새 안으로 들어와 자신의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다.

그가 겨눈 총구 앞에서, 우리는 모두 혼비백산했다. 그가 자기 앞을 가로막고 있던 내 얼굴에 총구를 겨누었을 때 나는 화들짝 놀라 순식간에 얼굴을 돌리고 말았다. 무엇인가를 생각하기도 전에 나온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그렇게 우리가 꼼짝도 못하고 있는 사이 그는 자기 아내를 밖으로 끌어내 다시 때리기 시작했다. 눈밭에 넘어져서 몽둥이로 맞고 있는 그녀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나는 어떻게 해서든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그의 주변을 맴돌며 “Please stop!”을 외쳐댔다.

그런데 그가 그런 나를 다시금 쳐다보더니 권총을 하늘을 향해 들고 “빵!” 하고 한 발을 쏘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그 식지 않은 총구를 바로 내게 겨누었다. 그 순간, 나는 또다시 그로부터 얼굴을 돌려 외면하고 말았다. 죽음의 위협 앞에서 도망간 것이다.

그때 그곳에 함께 있던 여러 강사님들이 계속 마음속으로 기도하셨던 것 같다. 갑자기 그가 자기 아내를 끌어안고는 주저앉아 통곡하기 시작했다. 거의 혼절해 있는 아내에게 제발 일어나 함께 집으로 돌아가자고 울부짖는 것만 같았다.

그러는 사이에 몇몇 현지인들이 몰려왔고 상황은 그런대로 진정되었다. 그리고 그 젊은 아내는 남편의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서둘러 정리를 하고는 교회로 향하는 차에 올라타 앉아 있는데, 갑자기 내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총구를 피하던 나의 모습과 한 여종의 추궁에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했던 베드로의 모습이 똑같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주님께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 들어 흐느끼며 울었다.

베드로를 향해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마 26:41)라고 하셨던 주님의 평가는 매우 정확한 것이었고, 이는 우리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말씀인 것 같다. 죽음의 공포와 죽음 그 자체를 온전하게 이기신 이는 오직 한 분 예수님밖에 없으시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삶을 묵상하면서 순교가 한순간의 각오와 용기라기보다는, 매 순간 그리고 매일의 삶에서 하나님과 내 주변에 있는 이들을 전심으로 사랑하는 일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이생에서 전심을 다해 주님을 사랑할 때 여러 어려움과 죽음의 위험까지도 당할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 위안이 되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우리에게 있어 죽음은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죽음은 우리의 자리를 옮겨놓을 뿐이다. 어떤 이들은 죽음 후에 영원한 형벌로 옮겨지겠지만, 예수님을 믿는 우리에게는 변함없는 사랑으로 충만하신 아버지의 품이 기다리고 있다. 이 사실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에게 공포심을 조장한다면, 하나님에 대한 사랑은 우리로 하여금 그분을 경외하도록 한다. 우리는 영적인 존재이자 영원한 존재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의 생명보다 귀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괜찮아, 그래도 널 사랑해이송용 | 규장

몸은 죽여도 영혼은 능히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직 몸과 영혼을 능히 지옥에 멸하실 수 있는 이를 두려워하라
- 마태복음 10장 28절

하나님께서 그를 사망의 고통에서 풀어 살리셨으니 이는 그가 사망에 매여 있을 수 없었음이라 다윗이 그를 가리켜 이르되 내가 항상 내 앞에 계신 주를 뵈었음이여 나로 요동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그가 내 우편에 계시도다 그러므로 내 마음이 기뻐하였고 내 혀도 즐거워하였으며 육체도 희망에 거하리니 이는 내 영혼을 음부에 버리지 아니하시며 주의 거룩한 자로 썩음을 당하지 않게 하실 것임이로다
- 사도행전 2장24절~27절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승리를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노니 그러므로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견실하며 흔들리지 말고 항상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들이 되라 이는 너희 수고가 주 안에서 헛되지 않은 줄 앎이라
- 고린도전서 15장 57절,58절

주님, 연약한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시고 긍휼을 베풀어주옵소서. 때로 육신에 매여 실패했을지라도 주님 앞에 나가 고백할 수 있는 용기를 주옵소서. 사망권세 이기신 우리 주님의 그 영원한 승리를 만끽하며, 영생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살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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