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9,147 | 2012-10-17

“딸아, 안심하라 내가 너의 기도를 들었다!”


미국에서 뉴저지연합교회, 오메가선교교회, 체리힐교회에 이어 플러싱제일교회에서 집회를 가질 때, 아침 집회 후에는 시간이 남아도 쉴 수가 없었다.

사역자의 쉼도 물론 중요한 사역의 하나이지만, 그 시간에도 질병으로 고통하며 시시각각으로 밀려오는 죽음의 공포에 두려워 떠는 연약한 영혼들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할 수만 있으면 그들을 찾아 나선다.

그래서 미국 동부에 있는 이 교회들의 초청 집회 내내, 새벽 집회를 위해 일찍 길을 나서면 하루 온종일 시간을 보내고 자정이 다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오게 된다. 휠체어에 앉은 엄마의 아기 그 날은 봄비가 여름 장마처럼 내렸다.

뉴욕 인근에 홍수 주의보가 내릴 정도였다. 입술이 부르트도록 쉬지 않고 일하는 A 목사님이 아침 집회 후 어떤 아담한 집으로 나를 데리고 가셨다. 집에 들어서니 휠체어에 깊숙이 몸을 기댄 한 여인이 있었다. 세균성근육수축증 환자였다.

병세는 이미 기울어 입 안의 근육이 거의 없는지 침조차 삼키지 못할 정도였다. 그녀의 하얗고 고운 얼굴 위로 침이 줄줄 흘러내렸고, 손과 발은 물론 몸의 어느 부분도 움직이지 못하는 전신마비 상태였다. 마지막 숨쉬는 기능까지 마비되면 이 여인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런데 그 여인이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잠잠히 바라보고 있는 것은 그가 낳은 6개월 된 아들이었다. 그런 여인의 몸으로 낳은 아들이라고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 건강하고 준수한 아기가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나는 그 여인의 휠체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혈루증을 앓는 여인이 주님의 옷자락을 잡았을 때, 주님께서는 그 여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계셨고 그 여인을 불쌍히 여기셨던 것처럼 이 여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내게 알려주시고, 이 여인을 부디 불쌍히 여겨 주시기를 간구했다.

그랬더니 이 여인의 영혼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들려오는 그 소리를 소리 내어 대언하기 시작했다.

이 모양 이대로라도
“주님! 저는 일평생 남편의 사랑만 받고 남편을 위해 아무 것도 해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비록 내 몸은 근육이 마비되어 가는 상태였지만, 남편에게 아들 하나를 낳아주어 남편의 사랑에 조금이라도 기쁨을 줄 수 있기를 수년 동안 간구하였습니다.

주님은 제 기도에 응답하셨고 기적을 베풀어 아들을 낳을 수 있게 하셨습니다. 주님! 이제 저는 이 세상에 아무런 여한이 없습니다. 저에게 아들을 주신 주님께 간구할 것이 남아 있으면 안 될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제 마음에 욕심이 생겼습니다. 주님! 저에게 조금만 시간을 더 주십시오. 내 아들이 학교에 입학할 때까지만 저를 살려주십시오! 어미로서 아들에게 젖 한번 먹여주지 못했고 아들의 기저귀 한 번 갈아주지 못했고, 아! 저 어여쁜 아기를 내 품에 한 번 안아보지도 못했습니다.

그저 이렇게 하루 종일 아들을 바라보는 눈빛만 보일 뿐입니다. 그러나 주님! 이 모양 이대로라도 아들 곁을 지켜볼 수 있도록 저를 몇 년만 더 살게 해주십시오. 아들에게 젖을 주지 못해도 감사하고, 아들을 내 품에 한 번만 안을 수 있게 해달라고도 하지 않겠습니다.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들려주지 못해도 좋습니다. 그저 이 모습 이대로 아들 곁에서 아들을 지켜볼 수 있게만 해주십시오. 저는 하루 종일 아들을 쳐다보며 수도 없이 말하고 있습니다.

‘사랑한다. 내 아가!’ 그리고 남편에게는 ‘미안해요 여보!’라고 말합니다. 저의 몸을 매일 씻기고 나를 간병해 주는 자원봉사자 권사님께는 ‘고마워요 권사님!’이라고 말합니다. 나의 이 마음을 전하고 싶어 나는 하루 종일 내 마음 속에서 소리치고 있습니다.”

딸아! 안심하라
이 소리를 듣던 그 여인은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마비된 몸을 비틀며 우는 아내의 진실한 사랑을 알게 된 남편이 울고, 여러 해 동안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봉사해오신 교회의 권사님도 울고, 기도하던 나도 울고 목사님도 울었다.

그날 심방에 동행했던 여전도회 회원 모두도 이 안타까운 간구에 울고 또 울었다. 잠시 후, 눈물바다에서 피어난 꽃처럼 그 여인의 얼굴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그 여인의 얼굴은 마치 천사의 얼굴과 같았다. 병원에서는 그 여인의 남은 시간이 한 달이 채 안된다고 진단을 내렸다.

우리는 이 여인이 아들을 사랑의 눈빛으로 쳐다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더 남아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 여인의 간구를 들으시고 아들을 주신 주님은 아들 곁에 어머니의 사랑의 눈빛이 있어야 하는 것을 가장 잘 아시는 분이심을 그날 우리들에게 알게 하셨다. 우리는 그 주님을 굳게 믿을 뿐이다.

주님은 우리가 말하지 못해도 주님 안에 있는 크신 사랑과 긍휼하심으로 아픔의 소리를 듣고 계신 분이심을 굳게 믿을 뿐이다.

주님은 그 날 온몸이 마비되고 오직 보고 들을 수 있는 기능만이 남아 있는 그 여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안심하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올해 그 여인의 아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유정옥 서울역 노숙인을 섬기는 소중한 사람들 회장, 인천 인일여고와 총신대학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 울 수 있어서..유정옥 | 크리스챤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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