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2,488 | 2012-11-18

‘내 생각대로’ 할 때 일어나는 일

1994년 4월 2일에 나는 사랑의 클리닉을 개원했다. 개원 예배를 네 차례 드렸는데 참으로 감격스러웠다. 무일푼인 상태에서 신용 융자와 시설 리스(lease)로 상당한 액수의 자금을 빌려 오직 믿음으로 개원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무모한 일이었다.

그렇게 병원을 시작하고 1년째 되던 해에 있었던 일이다. 제주도행 비행기 안에서 나는 오직 주님만 바라보며 절박한 기도를 하고 있었다.

내가 구속되느냐 마느냐보다 더 절박해진 것은 모 방송국 9시 뉴스팀이 이 사건을 취재해 집중 보도한다는 사실이었다. 모두 불리한 정보뿐인데 참담했다. 제주 경찰에서는 드디어 나를 소환했고 나는 어둠의 그늘이 짙게 드리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사랑의클리닉이 어떻게 시작된 병원인가. 오직 믿음으로 주님의 영광을 위해, 섬김과 봉사와 선교를 위해 수많은 크리스천들의 기대와 한국 교회의 축복 가운데 시작된 병원이 아닌가. 그런데 그 병원이 이제 불법 행위로 몰려 비참한 몰락의 길을 가고 있다니…. 이 병원이 주님을 영화롭게 하기는커녕 그분의 영광을 가리는 도구로 전락하다니…. 아마 내 생애 이토록 절박한 상황 가운데 간절히 기도해보기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개원 당시 시작된 병원의 적자는 계속 누적되고 있었다. 적자 해소 방안을 놓고 심한 스트레스로 고민하던 나는 그만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분의 권유로 혈액 검진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검진팀이 각 직장을 방문하여, 직원들의 혈액을 채취해 수십 가지 항목을 체크하고 종합적으로 건강을 진단하는 것이다. 그의 말로는 이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 매월 수 천만 원의 흑자가 가능하다고 했다. 또 자신이 다른 병원과 연계해서 하고 있는 기존의 성과까지 자신 있게 제시했다.

사실 그는 순수한 동기로 우리 병원을 돕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 병원의 내과 선생님 한 분이 이 사업에 반대했다. 하지만 나는 그 의견을 무시한 채 혈액 검진 사업을 강행했다. 그 이유는 서울에 있는 대부분의 병원들이 이 사업을 하고 있다는 관행에 근거한 것이었다.

처음 몇 달 동안은 순풍에 돛을 단 듯이 검진 사업이 번창했다. 검진차를 구입하고 혈액 검사 장비를 보강하고 검진팀을 여러 명 더 채용하면서 병원의 적자 운영에 더 많은 부담을 주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청천벽력 같은 일이 터졌다.

어느 날 검진팀이 내려가 있던 제주도에서 급한 연락이 왔다. 당시 검진팀은 모 전자 대리점 사원들의 혈액 검진을 위해 제주도에 가 있었는데 의료법 위반 혐의로 팀장이 구속되고 나머지는 모두 경찰에 입건되어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 수사대가 서울에 급파되어 곧 병원에 들이닥칠 거라는 보고를 받자 나는 눈앞이 캄캄했다.

문제의 발단은 이랬다. 제주도에서 검진을 한 일부 고객들에게 결과가 통보되었는데, 착오로 한 남성에게 ‘검사 결과 자궁암 없음’이라는 통지가 날아간 것이다. 검진 당시 여성들에게는 혈액 검사 전 자궁암 검사를 했는데 컴퓨터 작업 오류로 그 결과가 잘못 통보된 것이다. 그러나 검진 결과를 통보받은 당사자는 이 상황을 사이비 의료기관에 의한 사기로 판단하여 이를 경찰에 고발했다.

다음 날 경찰은 병원에 들이닥쳤다. 결국 그 사건이 사무 착오였음이 판명되기는 했으나 문제는 거기에 머무르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의료보건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적용하여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하는 모든 의료 행위가 불법임을 지적했다. 그러니까 당시 관행으로 행해지던 모든 혈액 검진 사업 역시 의사가 동행하지 않는 한 불법이라는 것이다.

나는 나 개인의 구속보다 사랑의클리닉이 불법에 연루되어 세간의 조롱거리가 되는 것이 더 괴로웠다. 구속은 기정사실이고 이 일이 저녁 황금 시간대에 뉴스로 전국에 방송될 것을 생각하니 기가 막혔다.

나는 “오, 주님”이라 부르짖으며 탄식했다. 작은 욕심이 큰 파멸을 부른 것이다. 나는 상한 심령으로 주님을 바라보았다.

하나님께서 구하시는 제사는 상한 심령이라 하나님이여 상하고 통회하는 마음을 주께서 멸시하지 아니하시리이다 시 51:17

나는 상한 심령의 제사가 무슨 뜻인지 그때 깨달았다. 이 사건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라는 것이다. 하나님의 방법이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다 하더라도 내가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다른 병원들이 법적으로 애매한 일을 관행으로 한다 해도 하나님의 이름으로 시작한 사랑의클리닉이 하면 절대로 안 되는 것이었다. 마치 하나님께서 “내가 너를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안 된다”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사랑의클리닉은 다른 병원들과 달라야 한다. 하나님은 모든 영역에서 거룩하게 구별될 것을 요구하신다. 주님이 지속적으로 쓰시는 도구가 되려면 먼저 깨끗한 그릇이 되어야 한다. 이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자 그 후 은혜의 개입이 가속화되었다.

구속은 기우에 그쳤고 오히려 각별한 배려 가운데 조사를 끝마쳤다. TV 보도는 9시 뉴스가 아닌, 밤 11시에 방송되는 뉴스 시간에 나갔는데 결과적으로 큰 이슈가 되지는 않았다. 뿐만 아니라 방송을 접한 많은 분들이 도리어 황 박사가 모함을 당했다고 격려해오기도 했다.

나는 항소하여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언론이 터트린 문제의 크기에 비해 비교적 조용하게 수습된 셈이다. 이 일로 병원의 식구들이 기도와 사랑으로 하나가 되었다. 모든 것이 우리의 연약함과 죄성에도 불구하고 품어주시고 고치시는 주님의 은혜가 아닐 수 없다.

죄가 더한 곳에 은혜가 더욱 넘쳤나니 이는 죄가 사망 안에서 왕 노릇한 것같이 은혜도 또한 의로 말미암아 왕 노릇하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영생에 이르게 하려 함이라_롬 5:20,21
킹덤드림황성주 | 규장

육으로 난 것은 육이요 영으로 난 것은 영이니 내가 네게 거듭나야 하겠다 하는 말을 놀랍게 여기지 말라
- 요한복음 3장 6절,7절

오직 너희를 부르신 거룩한 이처럼 너희도 모든 행실에 거룩한 자가 되라 기록되었으되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 하셨느니라
- 베드로전서 1장15절,16절

큰 집에는 금 그릇과 은 그릇뿐 아니라 나무 그릇과 질그릇도 있어 귀하게 쓰는 것도 있고 천하게 쓰는 것도 있나니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런 것에서 자기를 깨끗하게 하면 귀히 쓰는 그릇이 되어 거룩하고 주인의 쓰심에 합당하며 모든 선한 일에 준비함이 되리라
- 디모데후서 2장20절,21절

정결한 제물을 받으시는 주님, 오늘도 주님 앞에 정결한 모습으로 나아가길 원합니다. 주님을 따른다고 하면서도 세상의 가치와 관례를 따랐던 모습들을 회개합니다. 거룩하신 하나님, 주님의 거룩하심을 본받아 따르겠습니다. 이 마음을 주관하여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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