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3,646 | 2012-11-28

나와 아들의 눈에서 똑같이 눈물이 흘러 내렸다...



“다음 순서로 성의 착의가 있겠습니다.”
사회자의 순서 소개에 맞춰 안수를 받는 목사님들은 성의를 꺼내기 시작했다. 오늘은 나의 큰 아들이 목사 안수를 받는 날이다. 안수식이 있는 오늘 새벽, 나는 병원에 계신 어머니를 먼저 만나고 왔다. 어머니에게는 꿈이 있었다.

그것은 어머니의 허리에서 나오는 자손들이 대를 이어 주의 종이 되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딸 둘을 낳고 아들을 낳았다.

그 아들을 주의 종으로 서원하고 어려서부터 말씀과 기도로 양육하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6·25전쟁 중에 아들을 잃었다. 어머니의 꿈도 산산이 부서진 것이었다.

피난 후 어머니는 다시 기도하기 시작했다. 주님께 헌신할 아들을 달라고…. 그러나 또 딸을 낳았다. 다시 아기를 잉태한 후 어머니의 각오는 단호해서 아들이든 딸이든 이 아이를 주님께 헌신할 종으로 헌신하도록 기르겠다고 약속했다.

어머니의 약속을 받는 증거로, 이 아기를 끝으로 단산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열 달 후 어머니는 아들이 아닌 딸을 낳았다.

그리고 어머니는 더 이상 아기를 잉태치 못했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의 막내딸이었고 어머니의 꿈이었다.

“내 딸의 아들이 목사가 되고”
오늘 새벽, 병상에 누운 어머니는 나에게 어머니의 입술에 귀를 대라고 손짓했다. 어머니는 작은 목소리였지만 있는 힘을 다해서 분명하게 말씀하셨다.

“나는 내 소원을 다 이루었고 주님은 나에게 하신 약속을 다 이루셨다. 내 생전에 성일이가 목사 안수를 받는 것을 볼 수 있게 해주신 주님을 찬양한다. 내 딸의 아들이 목사가 되었어.”

그런데 그 감격스럽고 자랑스러운 내 아들의 목사 안수식에 성의를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한줄기 바람처럼 원망이 스치고 지나갔다.

“우리 하나로교회 성도들도 참 무심하지. 내가 병상에 누운 어머니에게 다니랴 교회 일하랴 눈코뜰새 없이 바쁜 것을 알 텐데 성의를 하나 준비해주면 오죽 좋았을까? 다른 목사님들은 모두 새 성의를 준비했는데 우리 아들은 아버지가 입던 헌옷을 입어야 하다니….”

대를 이어 입는 성의
부스럭 부스럭 소리를 내며 비닐봉투 속에서 꺼낸 성의는 남편이 20년을 입은 옷이어서 보푸라기가 일어나고 앞깃이 닳아 있었다.

나는 그것을 아들에게 입히기가 미안해서 잠깐 기도를 했다.
“주님! 어미가 준비성이 없어서 오늘같이 축복된 날에 아들을 실망시키게 되었어요.”
그 때 주님이 말씀하셨다.

“그 성의는 20년 전에 너의 남편이 입었고 오늘 너의 아들이 입을 것이고 그리고 그 후에 아들의 아들이 입을 것이다.”
나는 남편의 낡은 성의를 가슴에 안고 아들에게 다가갔다.

다른 목사님들 사이에서 얼굴을 들지 못하고 서있는 아들에게 나는 성의를 입혀주고 아들을 가슴에 안으며 말해주었다.

“이 성의는 20년 전에 너의 아버지가 입은 옷이고 오늘 주님의 신실한 종 내 아들 성일이가 입을 것이며, 이후에 너의 아들이 이 성의를 입을 것을 축복하노라.”
나의 눈과 아들의 눈에 똑같이 눈물이 흘러 내렸다. 아들은 울먹이며 화답했다.
“아멘!”

내 아들은 결혼을 한 지 5년이 지났으나 아기를 낳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 가족 모두는 주님의 약속을 믿고 기다린다. 우리집에서는 그 성의가 그 아들, 내 손자에게 입혀지기 위해 최고의 보물처럼 간수되고 있다.

유정옥 서울역 노숙인을 섬기는 소중한 사람들 회장, 인천 인일여고와 총신대학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www.sojoonghan.org
이메일 agape6695@hanmail.net

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 울 수 있어서...유정옥 | 크리스챤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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