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6,537 | 2012-12-12

‘주님이 분명히 주실텐데…’



1988년 5월은 내 남편이 신학교를 다니면서 종로5가에 교회를 개척한 때였다. 나는 교회에 병상을 2개 놓고 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포기한 호스피스 환자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내가 돌보는 환자들이 어찌하든지 예수님을 영접하게 해주고 싶어서 그들을 위해 밤마다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을 것이다. 기도하고 있는 내 입에서 순암, 치주암, 설암, 식도암, 위암, 췌장암, 담낭암, 신우암, 신장암, 폐암, 유방암 같은 암에 대한 기도가 계속 쏟아져 나왔다. 나는 이런 기도가 왜 나오는가 의아해하며 마음을 비우고 성령께 귀를 기울였다. 그때 이런 물음이 던져졌다.

“사람의 생명의 근원이 어디에 있느냐?” “예! 피에 있습니다.” “피의 근원은 어디에 있느냐?” “물에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암이 사람에게 온 것은 사람이 하나님께서 주신 물을 오염시켰기 때문이고, 그 오염된 물은 나무와 채소와 동물을 오염시켰고, 사람은 그 오염된 것을 먹음으로써 암이라는 질병에 매이게 된 것이다. 네가 암에 걸린 사람들을 사랑과 믿음으로 돌보아 주거라. 물이 오염되지 않은 곳을 보이리라.”

◈ 하나님이 보여주신 섬김의 땅
나는 그날 밤 신비한 체험을 하며 오동나무가 줄지어 있는 곳을 보게 되었다. 그곳은 4년 전 내가 주님을 만난 H기도원과 너무 흡사하였다. 나는 이튿날 날이 밝는 대로 H기도원을 찾아갔다. 그리고 다짜고짜 H기도원을 나에게 팔라고 했다.

기도원 관계자는 뭐 이런 정신 나간 여자가 이른 아침부터 쓸데없는 소리를 하나 싶었는지, 장난삼아 천문학적인 금액을 말했다.
그 돈이 있으면 어디 한번 사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돈은 하나님이 주는 것이니 주님께 맡기고, 단숨에 가평 등기소로 달려갔다.
알아보니 매매, 양도, 설정 등을 할 수 없는 국유지였다. 나는 다시 기도원으로 되돌아가 “매매할 수 없는 국유지를 어찌 매매한다고 했느냐?”고 항의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H기도원과 경계가 붙은 집에 오동나무가 줄서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두발걸음에 그 집으로 뛰어 올라가 “혹시 이 땅을 팔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 집 주인은 갑작스런 제의에 어안이 벙벙해 하더니 정신을 가다듬고 더듬더듬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이 땅에서 주님의 사역을 하고 싶어서 두 번 40일 금식을 했지요.
그런데 요즘 아내가 집을 팔고 아파트로 이사를 가자고 졸라대서 고민하던 중입니다.”
그러면서 집과 땅을 팔게 되더라도 그 다음 사람이 주님을 위하여 이 땅을 쓰는 사람이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나는 집과 땅을 사면 갈 곳 없고 돌보아 줄 사람이 없는 극빈한 말기 암환자들을 위한 쉼터로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주님이 자신의 기도를 들어 주었다고 기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 땅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중개인도 없이 그 자리에서 무조건 계약을 했다.
마침 며칠 전 친정어머니가 주신 7백만 원이 주머니에 있었기 때문에, 주님께서 그 돈을 계약금으로 주셨다면 계약금의 열 배인 7천만 원을 땅값으로 제안했다.

땅주인도 흡족해 했다. 나는 목회를 하고 있으니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바빠서 12월 27일에 잔금 6,300만원을 갖고 오겠다고 말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달포가 지나도록 단 한 푼의 돈도 마련되지 않았다. 그렇게 12월 26일이 되었고 나는 은행 마감시간까지는 ‘주님이 분명 잔금을 주실 텐데’ 하며 기다렸다.

그러나 4시 30분이 지나고 5시가 되었다.
나는 ‘주님이 어디엔가 그 돈을 마련해놓으셨을 텐데…’ 하면서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언니! 지난번 엄마가 주신 돈으로 갈 곳 없는 말기 암환자 요양소를 짓기 위해 청평에 땅을 하나 계약을 했어.
내일이 잔금 치르는 날인데 주님이 그 잔금을 어디에 두셨는지 찾기 어려워서 언니가 나와 함께 보물찾기 해달라고 전화를 했어.”

“뭐? 너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야? 딸들이 엄마에게 용돈 쓰시라고 한푼 두푼 보내 드린 걸 엄마가 쓰지 않고 알알이 모아서 너에게 준 것인데, 한꺼번에 날리려고 얘가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그 잔금이 도대체 얼만데?.”
“응, 6천 3백만 원.”
“뭐! 너 그게 얼마나 큰돈인 줄이나 알고 있니? 지금 저녁인데 하루 사이에 어디서 어떻게 그 많은 돈을 해놔?”

언니의 목소리는 화를 넘어 울음이 섞여 있었
다. 나는 그런 언니의 마음을 잘 안다.
63만 원이나 630만 원이라면 몰라도, 그 돈은 언니에게도 나에게도 불가항력적인 금액이기 때문인 것을….
“정옥아! 정신 좀 차려라. 너도 다른 사람들처럼 조용히 목회만 하면 얼마나 좋으냐? 아니, 내가 믿는 하나님 다르고 네가 믿는 하나님 다르니? 한 부모 밑에서 똑같이 예배드리고 자랐는데, 왜 그렇게 이상하게 예수를 믿니?”

“언니! 언니에게 그 잔금 해달라는 것 아니야. 주님이 준비한 것 함께 찾자는 것이었어.”
“시끄러워! 네 엉뚱한 짓 때문에 엄마 돈만 날아가게 됐어!”

언니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한 시간이 흐른 6시경, 이번엔 언니가 전화를 했다.그런데 “정옥아!” 한 마디 하고는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 하나님이 예비하신 보물은?
“언니! 왜 울어? 나는 정말 언니에게 돈 해달란 것이 아니라니까.”
“아니야 정옥아! 네가 믿는 하나님이 다르고 내가 믿는 하나님이 달라서 울어. 네 전화 받고 네가 매일 엉뚱한 짓만 저지른다고 두발 뻗고 울면서 주님께 너 좀 말려달라고 기도하고 시장을 나갔지 뭐냐? 그런데 시장에서 전에 너를 사랑해주시던 장 장로님을 만났어.

반가워하시며 “막내 동생 목회 잘하냐?”고 묻기에, 네가 조금 전에 엉뚱한 소리를 해서 속이 상해 한참 울었다고 했더니, 그 장로님이 눈물을 흘리며 우시잖아. 내가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고 미안해 하니까 이런 말씀을 하셨어.”

“아니야! 그 보물 나에게 있어. 내가 위암에 걸렸는데 지금 말기야. 병상에 누워 생각해보니 내 평생에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 놀랍고 커서 주님께 어떻게 보답하고 죽을까 생각하였지. 그래서 유산 받은 땅을 팔았어.

지금 그 돈을 가지고 오는 길이야. 주님의 은혜를 티끌만큼이라도 갚고 싶은데 나에겐 시간이 없다고, 어쩌면 좋으냐고 한탄했는데, 주님이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한다고 확실히 증거해주셨어. 어서 동생 은행 계좌를 알려줘!”

전화 속의 언니도 울고 나도 울었다.주님이 감추어 놓은 보물찾기는 그날 그렇게 말기 암환자 무료요양소가 되어 나에게 왔다.

유정옥 서울역 노숙인을 섬기는 소중한 사람들 회장, 인천 인일여고와 총신대학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www.sojoonghan.org
이메일 agape6695@hanmail.net

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유정옥 | 크리스챤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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