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24,049 | 2012-12-26

주님, 도와주세요…


뉴저지연합감리교회의 부활절 부흥회를 인도하고 있을 때였다. 미국에서는 새벽과 저녁에만 집회를 인도하다보니 낮 시간에 조금 여유가 있다.낮 시간은 대개 강사들이 쉬는 시간이지만 나는 그 교회에서 가장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성도를 심방해주고 싶다고 담임 목사님께 말했다.

그랬더니 그 날 한 집사님이 나를 그 집으로 데리고 갔다.넓고 하얀 그 집은 공기마저 마비된 듯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정체된 분위기였다.그 아이의 어머니는 맑고 고운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였다.

“사모님! 제발 우리 유운이를 설득해서 대학에 가지 않도록 말려주세요.아니면 뉴욕에 있는 대학 말고 뉴저지에 있는 대학에 가도록 권유해 주세요.”

다른 어머니들과 정반대의 소원이 아닌가? 유운이는 뉴욕 명문대학에 합격한 청년이었다.그러나 어려서부터 진행성 근육수축증을 앓고 있었다.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며, 움직여야 하는 곳마다 도우미가 필요했다.

집에서도 움직임이 쉽지 않은 아들이 집을 떠나 뉴욕에서 대학 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의 어머니에게는 아픔인 것이다.

더구나 아들이 대학을 마칠 때까지 과연 살아 있을지 걱정해야 하는 어머니는 아들과 함께 지내는 하루하루가 애절하고 절실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의 심정을 아는 나는 최선을 다해 권유해 보리라는 마음으로 그 방에 들어갔다.

◈성령의 능력이 우리 육체의 약함도 이기게 한다
18살의 청년은 너무 준수하고 아름다워서 그의 몸에 내려진 진행성 근육수축증이란 병이 마치 사단이 내린 형벌처럼 느껴졌다.나는 그 청년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땀이 비오듯 떨어졌고 목과 배가 터지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그런데 내가 있는 힘을 다하여 기도할 때마다 그의 뼈의 마디마다가 철사에 꽁꽁 동여매어 있다가 하나씩 풀리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쉬지 않고 한 시간이 넘게 기도했을까? 그의 입에서 방언이 터져 나왔고, 자신의 몸이 날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나는 기도하는 시간에 청년의 근육을 수축시키는 진행이 멈춘 것을 믿었다.

“유운아! 뉴욕에 있는 대학에 가라! 성령의 능력은 우리 육체의 약함을 넉넉히 이기게 할 거야.너는 그 대학을 반드시 졸업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어머니는 혹 떼려다 오히려 혹 붙인 격이 되었지만 성령의 충만함을 입은 아들의 모습을 보고 힘써 대학 생활을 도울 것을 다짐했다.

그 이후 내가 미국에 가서 집회를 인도할 때마다 교회 맨 뒤에 휠체어를 타고 유운이가 와 있었다.그때마다 나는 유운이가 전교 수석으로 공부하고 있다는 기쁘고 가슴 벅찬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유운이의 몸은 기도하던 날 이후 조금도 나빠지지 않았고, 4년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공부한 유운이는 전교 수석의 영예를 안고 뉴욕 명문대학을 졸업했다.

그런데 그의 어머니가 또 나를 집으로 부르더니 “사모님! 제발 우리 유운이를 말려주세요.유운이가 저 몸을 가지고 4년 동안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내 가슴이 새까맣게 다 탔는데 이번엔 공부하기 더 어려운 법대를 간다니 어쩌면 좋아요?”라는 것이다.

4년 전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유운이를 만났던 때와 똑같이 또 다시 그를 설득해야만 했다.

“유운아! 4년 동안 건강한 사람도 감당할 수 없는 대학 생활을 수석으로 이뤄낸 네가 너무 자랑스럽구나.그런데 왜 법대를 가려고 하니?”

“사모님! 이 세상에는 무식해서, 돈이 없어서, 힘이 없어서 자신의 기본 권리도 누리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저는 그들을 변호하고 그들의 인권을 찾아주는 인권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어머니께서 제가 대학 공부하는 동안 너무 애처로웠는지 승낙을 안 하세요.어머니를 잘 권면해주세요.”

“그래! 유운아! 오늘까지 너를 도우시고 지키신 하나님이 네가 법정에 서는 그 날까지 또 너를 지키시고 도우실 것을 믿는다.
너는 반드시 해낼 수 있어!”

나는 유운이가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들어서는 모습을 상상했다.하나님이 그의 모습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존귀와 영광의 광채를 줄 것을 믿음의 눈으로 본 것이다.

◈나를 꼭 필요한 곳으로, 주님이 주신 사명을 향해
거실로 나가자 유운이 어머니는 아들과 나 사이에 4년 전과 똑같은 일이 벌어진 것을 이미 알고 체념하신 듯 했다.

여러 법대에서 유운이를 장학생으로 부르고 있다는 소식은 최종적으로 콜롬비아 로스쿨에 합격했다는 소식으로 이어졌다.그 후 유운이의 도우미를 찾지 못하여 안타까워하던 아버지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그의 도우미가 되어 학교 기숙사로 들어갔다.

유운이는 자기를 뒷바라지 하느라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는 것과 어머니의 몸이 아픈데 아버지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것들, 자기 때문에 누군가 힘들어지는 것을 가장 견디기 어려워했다.

하지만 주님이 주신 사명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공부했다.취업을 약속했던 곳에서 유운이가 휠체어를 타고 가자 거절을 당하고 온 날, 유운이는 “나를 꼭 필요한 곳으로 보내시기 위해서 주님께서 하신 일”이라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어렵고 고통당하는 이웃들을 위해 법정에 서서 변호하는 유운이를 떠올리면 가슴이 설레기도 하고 아리기도 하여 이내 뜨거운 눈물이 솟는다.

오늘 나는 그 자랑스러운 아들 유운이가 보낸 메일을 받고 하염없이 울었다.맨해튼에 있는 로펌에서 일을 시작했다며 첫 주급으로 사모님 사역(소중한 사람들)에 헌금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유정옥 서울역 노숙인을 섬기는 소중한 사람들 회장, 인천 인일여고와 총신대학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www.sojoonghan.org
이메일 agape6695@hanmail.net

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유정옥 | 크리스챤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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