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7,301 | 2013-01-23

엄마! 나 지금 죽을 것 같아요



방학이 되면 아들은 초비상이 걸린다. 여섯 식구가 목회자의 적은 사례비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려운 가계 사정 때문에 각자 자신의 학비를 마련한다.

학기 중에는 죽도록 공부해서 반드시 장학금을 타야 한다. 또한 장학금으로 부족한 학비는 방학 중에 아르바이트를 해서 보태야 한다.

어느날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창밖을 보던 아들이 “이젠 다 틀렸어요. 아무래도 다음 학기에 휴학해야 되겠어요. 이번 학기에는 성적이 안 좋아서 장학금을 못 받거든요.”

나는 눈물을 글썽이며 실망하는 아들을 가슴에 꼭 안아 주었다.
“아들아! 실망하지 말아라. 주님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주님이 너를 도와주실 거야.”
“엄마! 그러면 주님께 비를 내리지 말아 달라고 기도해주세요. 엘리야처럼요.”

엄마, 나 지금 죽을 것 같아요
나는 여름 방학을 맞는 아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들은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겠다고 한다. 왜 하필 어려운 것을 택했냐고 물었다.

“엄마! 한 시간에 얼마짜리로 내 능력이 정해지는 것이 싫어요. 나는 무엇이든 도전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내가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기로 한 이유는 인혁이 때문이에요. 인혁이네 집안형편이 어렵잖아요.

나이가 어린 인혁이도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데 일할 곳이 마땅치 않아요. 그러니까 내가 인혁이를 동업자로 쓰려면 아이스크림 장사가 가장 좋겠어요. 엄마! 아무 걱정 말고 아이스크림을 살 돈 십 만원만 저에게 투자하세요.

그 돈은 내일 바로 갚을 거예요. 이자는 만 원! 어때요? 아이스크림 장사가 수입이 꽤 되요.”

나는 선뜻 십만 원을 아들의 사업에 투자했다. 아들은 기대에 부풀어 아침 일찍 불암산으로 올라갔다. 늦은 저녁, 아들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풀이 다 죽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왜 그래 어디 아프니?”
“엄마! 나 지금 죽을 것 같아요. 배탈이 났나 봐요. 열이 나고 설사를 해요.”
“오늘 너무 더웠지? 혹시 더위 먹은 건 아니니?”

“엄마! 저 무거운 통을 메고 불암산 정상 가까이로 올라갔어요. 중간에 목이 좋은 자리가 있었는데, 이미 그 자리에는 장사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텃세도 심했어요. 우리는 다투기 싫어서 피한다고 올라가다보니까 높이 올라갔어요.”

“그랬구나. 아이스크림은 많이 팔았니?”
“첫 번째 손님이 왔는데, 아차 싶었어요. 아이스크림 한 개를 사는데 만 원짜리를 내미는 거예요. 제가 장사 경험이 없다보니 엄마가 준 돈 십만 원으로 물건을 다 샀거든요.

거스름돈을 안 남기고 말이에요. 만 원짜리 손님은 거스름돈이 없어서 못 팔았어요. 또 돈 없는 아버지가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울어 대는 아들을 때리니 나와 인혁이가 번갈아 가며 그 아이들 손에 아이스크림을 쥐어주었지요.

아침 일찍 나갔더니 점심 때가 되기도 전에 배가 고파왔어요. 김밥이라도 사먹으려면 산 밑으로 내려와야 하잖아요. 그래서 아이스크림으로 배를 채웠더니 설사를 하네요. 엄마! 내일 비가 오면 어떡하지요? 오늘은 몇 개 팔지도 못했는데….”

온종일 이런 일 저런 일로 몸고생, 마음고생을 한 아들은 기상예보대로 비가 올까봐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장맛비가 그 날 저녁부터 닷새 동안 쉬지 않고 내렸다. 그 비에 아들의 다음 학기 납부금의 꿈도 처참히 쓸려 내려갔다.

주님 앞에 서는 그때가 진정한 끝이다
아들은 말이 없어졌다. 그해 여름 방학 내내 음식점에서 접시를 닦고, 건설 현장에서 벽돌을 날랐다. 아들은 호텔에서 음식을 나르는 일까지 포함해 쉬지 않고 일했다.

하지만 등록금의 절반도 마련하지 못한 눈치였다. 방학이 보름 남짓 남았을 어느 날이었다. 아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집으로 달려왔다.

“엄마! 됐어! 됐어요. 다음 학기에 등록할 수 있게 됐어요. 오늘부터 호텔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게 됐어요. 반주하던 사람이 연락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질 않는 거예요. 저와 함께 일하는 친구들이 급하게 반주자를 찾는 지배인에게 저를 추천했대요.

그래서 제가 그 반주자를 대신해 피아노를 쳤는데 엄마의 멋진 이 아들이 지배인의 마음에 들었나 봐요. 앞으로 15일 동안 계속 하래요. 그런데 엄마! 내 일당이 얼마인 줄 아세요? 하루에 십 만원이에요. 야호! 이젠 학비 걱정은 끝났어요.”

아들은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어안이 벙벙해 있는 나를 안아주며 익살을 떨었다.
“엄마! 엄마! 말씀이 맞았어요. 주님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나는 우리 힘으로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곤경과 고난이 올 때마다 손을 붙잡고 아들에게 해주었던 말이 있다. 그 말은“주님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라고 외치며 서로를 격려하고 일으켜 세워주는 것이었다.

우리 삶의 모든 것은 하나님나라에서 주님 앞에 서는 그 때가 진정한 끝이다. 실패했다고 절망하지도 말고, 성공했다고 교만하지도 말자. 왜냐하면 현재 내 눈앞에 펼쳐진 그것이 아직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정옥 서울역 노숙인을 섬기는 소중한 사람들 회장, 인천 인일여고와 총신대학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www.sojoonghan.org

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유정옥 | 크리스챤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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