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5,873 | 2013-03-20

그가 차라리 오지 말았으면…

그가 강대상 저 편에 앉아 있다. 누구에게 행패를 부리다 또 얻어맞은 것인지 얼굴이 시커멓게 멍이 들어 있었다.

나는 찬송을 부르면서도 그가 오늘 예배에 온 것이 은근히 걱정이다. 그는 우리 센터에 오기만 하면 화분을 깨뜨리거나 물건을 발로 차거나 다른 노숙자들과 멱살을 잡고 싸우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8년 동안 그의 무례한 모습을 보다보니 차라리 그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오늘은 또 어떤 행패를 부려 나를 괴롭힐까?

나는 그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데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아픈 아주 아픈 애통함이 뜨거운 눈물로 쏟아져 나왔다. 성령께서 그 못된 노숙자를 불쌍히 여겨 우시는 눈물이었다.

나는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흐르자 강대상에 깊숙이 몸을 숨기고 눈물을 닦아 보았지만 좀처럼 끝이 나질 않았다. 설교 시간은 다가오는데 하염없이 눈물은 흐르고…. 억지로 눈물을 멈추고 설교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 노숙자가 내가 설교하고 있는 시간 내내 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예배가 끝난 후 그는 나에게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다가왔다.

“사모님! 나 때문에 우셨지요? 아까 예배 전에 사모님이 나 때문에 울고 있는 것이 다 느껴졌어요. 이젠 행패 부리지 않을게요. 그동안 내가 왜 소리도 지르고 화분도 발로 차서 깨뜨렸는지 아세요? 나 너무 아파서 그랬어요.”

그 이후 나는 예배 시간마다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드리는 그 노숙자를 볼 수 있었다.

나는 다시 보기조차 싫어하는 노숙자였지만 주님은 그를 얼마나 불쌍히 여기고 사랑하시는지 말이다. 그 이후 나에게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노숙자들의 어떠한 행동에도 조금도 화가 나지 않는 것이다.

우리 소중한 사람들이 서울역에서 노숙자들에게 새벽 급식을 한 지 8년째다. 자정부터 음식을 만들기 시작하면 새벽 5시까지 음식을 만들고 탑차에 싣고 나가 배식을 한다.

800명 정도의 노숙자가 이 음식을 먹게 된다. 밤새 잠도 못자고 땀을 흘리며 음식을 만들어 갖고 나가면 감사하기는커녕, ‘음식이 짜다, 싱겁다, 고기가 질기다.

병든 돼지고기가 아니냐’ 하며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힘이 빠지고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은 한 노숙자가 밥보다 돈을 달라고 하며 나에게 다가왔다. 얼마나 술을 많이 먹었는지 술 냄새에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내가 돈을 주지 않자 들고 있던 종이컵을 나를 향해 던졌다. 뜨거운 커피가 내 옷에 쏟아졌다. 주위에서 이 광경을 보던 다른 노숙자들이 그에게 욕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가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러댔다. 나는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너무 아프군요. 너무 아파서 그러시는 거지요?”

그를 쳐다보자 술로 빨개진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이 아닌가? 나는 노숙자들이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무례한 행동을 할 때마다 그의 가슴 속에 깊이 숨겨진 소리가 들려온다.

‘사모님! 나 너무 아파요’라는 마음의 목소리 말이다. 노숙자들에게 욕을 먹고 심지어 뺨을 맞기도 하지만 이젠 어떤 경우에도 웃을 수 있다. 그때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말한다.

‘그래! 저 사람이 너무 아파서 그러는 거야! 말기 암환자가 토하고 싶지 않아도 병의 증세로 어쩔 수 없이 토하는 것처럼 노숙자들은 아픈 사람이야. 치료 받아야 하는 환자야.

아파서 그런 증세가 나오는 거야. 욕하는 것도 발로 차는 것도 그 어떤 행패도 아파서 그러는 거야. 심하면 심할수록 더 아파서 그러는 거야. 많이 아픈 거야.’

유정옥 서울역 노숙인을 섬기는 소중한 사람들 회장, 인천 인일여고와 총신대학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www.sojoonghan.org

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유정옥 | 크리스챤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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