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6,773 | 2013-05-15

그 아들이 가슴을 치면서 통곡하며 울기 시작했다…



어버이날을 맞이해 우리 교회는 교회 근처에 살고 있는 할머니들에게 목욕을 시켜드리고 음식을 대접하는 행사를 하게 되었다.

아파트 각 동마다 엘리베이터에 포스터를 붙였더니 할머니들이 며느리와 손녀의 손을 잡고 교회로 오셨다. 마지막으로 온 할머니는 옷차림이 남루했고 얼굴도 초췌해 보였다. 할머니는 교회 근처에 살고 있지 않고 친척집에 다니러 왔다가 포스터를 보고 왔다고 했다.

이름이라도 알아야 할 텐데
목욕을 시켜드리고 있는데 그 할머니가 나에게 이리로 오라며 손짓을 했다. 가까이 갔더니“나 어지러워요, 어지러워요”하셨다. 나는 얼른 할머니를 목욕탕에서 나오시게 하여 방에 눕히고 가운을 입혔다. 119 구급차가 쏜살같이 왔고 할머니는 백병원 응급실로 들어갔다.

병원에서는 CT 촬영도 해야 하고, 치료를 어느 선까지 해야 하는지 보호자가 서명을 해야 치료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저 할머니가 내 어머니라면…’이라 생각하며 보호자 란에 서명을 했다.

“모든 의료수단을 다 동원해서라도 살려 주세요. 치료비는 얼마가 나와도 제가 다 책임지겠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며 병원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있는 힘을 다했지만, 그 할머니는 결국 뇌출혈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 할머니가 입고 있던 옷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십 원짜리 동전 세 개가 전부였다. 이 할머니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이름은 무엇인지 아무 것도 알 수가 없었다.

병원에서는 일단 영안실로 시신을 옮겼는데 하루 속히 보호자가 나서지 않으면 그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거냐며 오히려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이름이라도, 나이라도 알아야 보호자를 찾을 텐데….

더구나 이 근처에 살고 있는 분이 아니라 먼 지방에서 왔다고 했는데….’할 수 없이 우리 교회 주변의 아파트마다 관리소를 통해 방송을 했다.

“초록색 몸배 바지 차림의 80세 할머니가 병원에서 위독합니다. 지인은 속히 백병원으로 연락주세요.”

하루, 이틀, 사흘…, 닷새가 되도록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 옆에서 나를 지켜보는 성도들은 걱정하며 말했다.

“사모님! 어떡해요. 차라리 한강에서 바늘을 찾는 것이 낫지 어디에서 그 할머니의 보호자를 찾겠어요. 괜히 사모님이 병원에 보증을 섰나 봐요.”

적반하장도 유분수
할머니의 보호자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무렵, 40대의 한 여자가 병원에 찾아와 자신의 시어머니인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닷새 전에 자기가 시어머니를 우리 교회로 데려다 주었다는 것이다. 나는 기가 막혔다.

연로하신 어머니가 닷새 동안이나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데 자식이 어찌 그리 무심할 수 있을까? 어찌 되었든 그 할머니의 보호자가 나타났으므로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그 할머니는 우리 교회 바로 뒤편 아파트에 살고 있었으면서 왜 타지방에서 왔다고 했을까? 나는 그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갔다.

내가 할머니의 빈소에 나타나자 이번엔 그 친척들이 달려들어 내가 할머니를 죽였다며 위자료를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는 것이 아닌가.

그날 할머니와 교회 앞까지 함께 왔었다는 며느리까지 합세했고 그 기세가 등등했다. 그들은 멀쩡했던 할머니가 왜 갑자기 쓰러졌느냐면서 나에게 그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할머니의 가슴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던 것을 해명하라고 소리쳤다. 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한 자국이라는 것을 이미 알려주었는데도 말이다.

몸의 흔적으로 이야기가 안 되니까 이번엔 “노인들은 심한 충격의 말을 들어도 쓰러질 수 있다”면서“당신이 그 할머니에게 심한 욕을 했다든지 말로 충격을 준 것이 분명하다”고 억지를 부렸다.

이 할머니가 내 어머니라면
나는 아무 말없이 가만히 서서 그들의 온갖 욕설을 다 듣고 있었다. 그때 할머니의 아들이 나에게 오더니“어머니의 마지막을 자세히 알려 달라”고 했다.

그때 아들의 얼굴에서도 무언가 나의 실책의 꼬투리를 찾으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나는 할머니를 만나고 몸을 씻겨 드리고 병원에 와서 치료를 받게 할 때, 그 할머니를 대했던 내 마음은 ‘이 할머니가 내 어머니라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할머니는 내 어머니다’라고 생각하고 모든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아들이 가슴을 치면서 통곡을 하며 울기 시작했다.
“어머니! 저는 사십 년 동안 한 번도 어머니를 내 어머니라 생각해본 적도 없고 어머니라 부르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오늘 저 사모님이 닷새 전에 돌아가신 분이 내 어머니라고 알려 주시네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모님이 내 어머니라 생각했다는데, 친자식인 제가 어머니를 어머니로 여기지 않았으니 저같이 못된 놈은 천벌을 받아야 해요.

사모님! 죄송해요. 여러분! 이렇게 고마운 사모님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맙시다. 사모님이 내 어머니의 딸이 되어 마지막 가시는 어머니의 몸을 깨끗이 씻겨 드렸고 임종을 지켜 주셨어요.”

장례가 끝나고
그 할머니는 남편의 폭력에 견디다 못해 어린 아들을 두고 도망갔다가, 아들이 결혼한 후에 아들 집으로 와서 천덕꾸러기처럼 살고 있었던 것이다.

할머니는 죽음으로써 진정한 아들을 찾은 셈이었다. 할머니의 장례가 끝나고 두 주일 후에 교회에 새로 등록한 새 가족 중에 낯익은 두 사람이 있었다. 그 할머니의 아들과 며느리였다.

유정옥 서울역 노숙인을 섬기는 소중한 사람들 회장, 인천 인일여고와 총신대학신학대학원을졸업했다.www.sojoonghan.org

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유정옥 | 크리스챤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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