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20,452 | 2014-01-22

아내가 임신을 했는데 먹을 것이 없어요...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는 신비함과 광활함이 있었다. 혈혈단신으로 이 땅을 밟았지만 낯섦이나 외로움이 그다지 깊게 다가오지 않는 것은 이곳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내 안에 막막함이 밀려왔다.

‘막상 오긴 했는데, 이제부터 뭘 해야 하지?’ 사실 초보 선교사가 가방 하나 들고 무작정 선교지에 들어오는 건 무모한 일이었다. 언어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고, 재정도 튼튼하지 않으며, 어떤 사역을 할지 준비된 것도 없고, 동역할 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막막한 가운데서 케냐의 삶이 시작됐다.

아침에 일어나면 식빵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케냐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던 그날도 아침에 빵을 먹기 위해 부엌으로 갔다. 빵에 잼을 발라 먹고 있는데 낯선 사람이 부엌으로 들어와 물을 마셨다. 신학교에서 잔디 깎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빵을 먹다가 그와 눈이 마주쳤다. 예의상 같이 먹자고 했더니 처음에는 사양하던 그가 마지못해 하며 자리에 앉았다. 내가 빵과 잼을 건넸더니 빵에다 잼을 발라 책상 위에 가만히 내려놓는다. 그러더니 새 빵을 꺼내서 또 잼을 발라 책상 위에 두었다.

혹시 내가 말을 잘 못했나 하는 마음이 들어 잼만 발라두지 말고 그냥 먹으라고 다시 말하니
알겠다고 하면서도 또 새로운 빵에 잼을 발라 책상 위에 두었다. 그러더니 부엌 구석에서 다 찢어진 신문지 조각을 찾아 잼을 발라둔 식빵을 쌌다.

‘이 사람이 내 말을 못 알아들었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그가 입을 열었다.

“아내가 임신을 했는데 먹을 것이 없어요. 그래서 이 빵이라도 가지고 가려고요.”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다. 먹던 빵이 목에 걸려버렸다. 삼키지도 못하고 도로 뱉지도 못한 채 한참을 서 있었다. 간신히 빵을 삼키고는 방으로 달려 들어가 수중에 있는 돈을 긁어 모으니
달걀 한 판과 약간의 소고기를 살 수 있는 만큼의 돈이 되었다. 나는 그의 퇴근 시간을 기다렸다가 그에게 구입한 것들을 건네며 말했다.

“이걸로 아내에게 음식을 좀 만들어주세요.”머뭇거리다가 몇 번이나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받아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이 너무 무거워 보였다. 그 후로 며칠 동안 잠을 자려 누우면 그 모습이 나타났다. 아무리 지우려 해도 그의 말이 계속 떠올랐다. “아내가 임신을 했는데 먹을 것이 없어요.”

이후 그는 더 이상 일하러 오지 않았다. 마치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러 온 사람처럼 잠깐 나타났다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뒤척이던 어느 날 밤, 여전히 떠오르는 그의 모습을 밀쳐내며 잠을 청하다 뭔가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에 일어나 눈을 감고 기도했다.

‘하나님, 제게 무얼 가르치시려는 건가요?’

갑자기 나는 배부르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내가 배부르다고?’

나는 아침에 빵 몇 조각을 먹고 점심에는 염치 불구하고 신학교 직원들의 식사 자리에 끼어 앉아 ‘우갈리’라고 하는 현지식을 먹는다. 저녁에는 감자밭을 하는 농부에게서 감자를 사다 먹었다. 아침엔 빵, 점심은 우갈리, 저녁은 감자. 덕분에 감자는 질리도록 먹었다. 그러니 먹는 것으로만 본다면 나는 배부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사는 이들보다는 내 형편이 나았다. 임신한 아내를 먹이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남편의 현실을 나는 경험한 적이 없다. 배 속의 아이에게 먹일 것이 아무것도 없는 엄마의 고통도 알지 못했다. 하나님은 내게 이 땅에서 무엇인가를 시작하기 전에 이 땅의 사람들의 마음과 아픔, 그 깊은 현실적 고통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시는 것 같았다.

가진 사람은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고,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사람은 할 수 없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이들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 어떻게 그들과 함께 살며, 어떻게 그들에게 소망을 전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영적, 육적으로 배고픈 사람들이다. 내가 섬기고자 하는 그들은 우리보다 가난했다. 그렇게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 같은 가난 때문에 병들기도 하고 일찍 죽기도 했다. 그들과 함께 배고파하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먹고 마시는 사람. 이방인인 나는 그들 속에서 함께 울고 웃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하나님이 내게 가르쳐주려 하신 것은 바로 잃어버린 영혼에 대한 그분의 마음이었다.

천개의 심장이시온 | 규장


† 말씀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실 이가 아니요 모든 일에 우리와 똑같이 시험을 받으신 이로되 죄는 없으시니라 – 히브리서 4장 15절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 마태복음 4장 4절

인자가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니라 - 누가복음 19장 10절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 - 요한복음 13장 34, 35절

† 기도
사랑의 주님, 이 땅에 오셔서 가난한 자들의 친구가 되어주신 예수님의 마음을 본받길 원합니다. 나만을 위한 삶이 아닌 이웃과 함께하는 삶으로, 주님의 사랑을 보여주는 삶으로 드려지길 소원합니다.

† 적용과 결단
내 주위에 영적으로 육적으로 배고픈 사람은 누구입니까? 잃어버린 영혼에 대한 소망을 품고 그들과 함께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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