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27,844 | 2014-01-30

다시 그 땅으로 갈 수 있겠니?

몇 년 전 일이다. 사역지에서의 삶이 바닥을 드러냈다. 현지인들과의 보이지 않은 전쟁 속에서 계속 고군분투하던 나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하루가 천년 같은 그곳에서의 삶은 내가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는 어떤 에너지도 공급해주지 않는 것 같았다. 이 땅에서 사는 게 아니라 살아내야 한다는 게 죽을 것같이 힘들었다.

다음 날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밤을 보낼 때가 부지기수였다. 내일이 오는 게 고통이고 두려움이었다. 단 하루도 평안하게 잠을 이룬 적이 없다. 목숨의 위협은 말할 것도 없고, 먹고 자는 기본적인 생활과 현지인들과의 관계와 일, 모든 것이 정상이 아니었다.

현지인들 속에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더 고립되는 것 같았고, 이 사람들의 세계관을 알면 알수록 미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외부에 보이는 모습과 그들 안에 깊숙이 들어가 그들의 삶 안에서 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극과 극이었다. 같은 사람이지만 전혀 다른 사람으로 존재한다.

머리가 깨질 것같이 아픈 시간이 계속되었고, 여전히 홀로 이 모든 상황과 싸워서 버텨야 했다.
더 이상 숨 쉴만한 곳도 찾을 수가 없게 되자 돌아가고 싶었다.‘이제는 돌아가도 되지 않을까? 이 정도 했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때 한국의 한 교회에서 사역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그곳에서 사역하면 좋겠다는 조언도 있었다. 나는 이것을 하나님의 뜻이라 여기며 현지 사역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왔다.

오랜만에 온 한국은 많이 변해 있었지만 교회에도 좋은 분들이 계셔서 적응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고,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아내와 딸아이도 처가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나와 함께 생활하기 위해 이사했다. 얼마 만에 가져보는 가족만의 시간인지…. 조금씩 커가는 아이의 재롱도 보고, 목욕도 시켜주고, 신나게 놀아주기도 했다. 아내는 매일 하던 일이었겠지만, 나는 새롭고 신기하기만 했다. 하루 종일 아이와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가족이 함께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용납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하루는 목포에서 강의를 요청받아 내려갔다. 강의 시간을 기다리며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사무실 책장에 많은 책이 꽂혀 있는 게 보였다. 무슨 책이 있나 살펴보다가 유독 눈에 띄는 책 한 권을 뽑아들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오래되어 보이는 책을 제목도 보지 않고 중간쯤 그냥 펼쳐보았다. 펼쳐진 책 속에서 사진 한 장이 보였다.

어떤 사람의 무덤 사진 같았다. 그 사진은 100년 전 조선 땅에 들어온 한 자매 선교사의 이야기와 함께 실려 있었다. 루비 켄드릭. 사진 속에 담긴 그 선교사의 무덤 묘비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If I had a thousand lives to give Korea should have them all.”만일 나에게 천 개의 생명이 있다면 그 모두를 조선에 바치겠습니다.

조선에 온 지 8개월 만에 26세의 나이로 숨진 의료 선교사인 루비 켄드릭, 양화진에 묻힌 그녀의 묘비에 적힌 그 외침이 살아서 내 귀에 들리는 듯했다.

‘스물여섯, 고작 8개월… 하고 싶은 것도, 할 것도 많은 꽃다운 나이였는데, 이 조선 땅에 무엇이 있기에 딱딱하고 추운 이 조선 땅에 묻혔을까. 돌아갈 곳도 있고, 편안히 살 곳도 있었건만 이 자매는 왜 여기서 마지막을 보냈나?’

나는 얼음처럼 굳어져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내 심장 뛰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외침이 주님의 외침으로 들렸고, 나는 그 자리에서 주님의 소리를 들었다.

‘다시 그 땅으로 갈 수 있겠니?’

폭풍우처럼 눈물이 쏟아졌다. 아무도 없는 목포의 한 사무실에서, 100년 전의 한 선교사의 외침을 들으며 나는 다시 주님을 만났다.

천개의 심장이시온 | 규장


† 말씀
이에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추수할 것은 많되 일꾼이 적으니 그러므로 추수하는 주인에게 청하여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 주소서 하라 하시니라 - 마태복음 9장 37,38절
성실이 없어지므로 악을 떠나는 자가 탈취를 당하는도다 여호와께서 백성을 구원하려고 하시다 여호와께서 이를 살피시고 그 정의가 없는 것을 기뻐하지 아니하시고 사람이 없음을 보시며 중재자가 없음을 이상히 여기셨으므로 자기 팔로 스스로 구원을 베푸시며 자기의 공의를 스스로 의지하사 - 이사야 59장 15,16절

내가 죽지 않고 살아서 여호와께서 하시는 일을 선포하리로다 - 시편 118장 17절

† 기도
복음, 그 기쁜 소식을 전하는 자 되길 원합니다. 제 안에 충만한 영을 부어주시고, 기쁨으로 담대히 나아가겠습니다. 어느 곳에 있든지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며 주의 사랑을 전하는 자로 살길 원합니다.

† 적용과 결단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고 있습니까? 우리 인생의 주관자 되시는 주님과의 만남을 통해 참된 삶의 이유와 목적을 깨닫길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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