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34,831 | 2014-02-11

“여기서는 사는 게 아니라 버티는 거야.”

아프간에서의 하루는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 불어대는 먼지바람에 눈을 뜨기가 어렵고,
문제를 가지고 찾아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게다가 하루도 그냥 지나가는 법 없이 터지는 사건과 사고를 보며 아침에 방문을 나설 때마다 잠깐씩 서성이게 된다.

‘오늘의 일과를 무사히 마치고 이 방으로 다시 돌아와 하루를 정리할 수 있을까?’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할 자리라고 믿기에 마음을 굳게 하고 방문을 나서면서도 한편으로는 언제 이 땅에서 나갈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나는 참 연약한 사람이다.

오랫동안 사역하시던 분이 떠나기 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여기서는 사는 게 아니라 버티는 거야.”

그나마 몇 안 되던 선교사 가정들도 하나둘씩 떠나 마음 편히 연락할 곳조차 없어졌다. 광활한 광야에 서 있는 느낌이 들고, 버틸 힘을 점점 잃어갔다. 마음을 다잡으려 예전 일기장을 펼쳐 보았다.

책상 앞에는 몇 장의 사진이 붙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이가 웃고 있는 사진입니다. 못 본 사이에 아이들이 많이 컸습니다. 이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는 새 선교사가 아니라 아빠가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들리는 미세한 아이들의 소리가 나를 흔들어놓습니다.

얼마 전 한국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아내가 그날 아침에 딸아이가 한 말을 전해주었습니다.“나 선교원 안 갈래, 선교사 갈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뜬금없이 이렇게 말하는 딸아이에게 아내가 다시 물었답니다.

“우리 딸, 선교원 안가고 선교사 갈 거야?”“어, 난 선교사 갈 거야!”

네 살짜리 아이가 선교사가 뭔지 알겠습니까?‘선교사 간다’는 말은 아빠한테 간다는 말이었습니다.

나는 아이에게 아빠로 불리기보다는 선교사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선교사가 뭔지도 모르면서 선교사에게 가겠다는 아이의 말은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겠지요.

만일 내 아이가 선교사가 뭔지 알 만큼 자라서도 선교사로 가겠다고 한다면, 하루가 너무 길어 내일이 오지 않을 것 같은 곳으로 가라고 하겠습니다.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아닌 주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한 곳, 아무도 모르지만 주님과 함께할 수 있는 곳으로 말입니다.

가난과 전쟁에 파묻힌 사람들, 가난과 전쟁에 파묻힌 땅, 나는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이곳은 아직도 춥고 어두운 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언젠가 따뜻한 봄이 오겠지 하는 기대와 소망도 이제는 서서히 땅 속에 묻히는 것 같습니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길 끝에는 도대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내 세대에 볼 수 없다면 다음 세대에는 그 끝을 볼 수 있을까요? 좀 쉬었다 가고 싶은데 쉴 만한 곳이 없네요. 아니, 쉴 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전쟁터에서 식량도 탄약도 떨어져 가는데 나를 최전방으로 보낸 후방의 지원은 언제나 올까요?

우리는 소망을 말할 때 주님을 말합니다. 이 땅의 마지막 소망은 주님입니다. 주님을 제외하고는 이 땅의 내일을 볼 수가 없습니다. 내가 믿음으로 이 땅의 내일을 주님 안에서 보고 있다면
이 땅은 내가 있어야 할 땅입니다.

하루하루를 두려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틈에서 주님만이 해결책이심을 믿음으로 붙들고자 애쓴다. 다른 땅에는 다 계시지만 이곳만큼은 안 계시는 것 같은 주님의 이름을 오늘도 애타게 불러본다.

내가 믿음으로 이 땅의 내일을 주님 안에서 보고 있다면, 이 땅은 내가 있어야 할 땅이다. 열방엔 아직도‘사랑이 두려움을 이긴다’는 진리를 믿는 사람들이 가야 할 곳이 많다. 여기는 최전방이다.

천개의 심장이시온 | 규장


† 말씀
내 계명은 곧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하는 이것이니라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 너희는 내가 명하는 대로 행하면 곧 나의 친구라 - 요한복음 15장 12~14절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자기의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의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하도록 보전하리라 사람이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르라 나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자도 거기 있으리니 사람이 나를 섬기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귀히 여기시리라 - 요한복음 12장 24~26절

† 기도
주님, 주님의 심장을 가지고 복음을 전하는 이들이 기억하시고 마르지 않는 충만한 영을 부어주옵소서. 참된 소망되신 주님의 역사가 이 땅 곳곳에 이루어지길 소원합니다.

† 적용과 결단
당신이 있어야할 최전방은 어디입니까? 진리를 위해 당신이 있어야 할 땅이 어딘지 돌아보며 애타게 부르시는 주님의 음성에 응답해보세요.
은혜를 받았다면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