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4,830 | 2014-03-05

옷감을 만드는 재료들

“너희는 내 규례를 지킬지어다 네 육축을 다른 종류와 교합시키지 말며 네 밭에 두 종자를 섞어 뿌리지 말며 두 재료로 직조한 옷을 입지 말지며”(레19:19)“네 포도원에 두 종자를 섞어 뿌리지 말라 그리하면 네가 뿌린 씨의 열매와 포도원의 소산이 빼앗김이 될까 하노라 너는 소와 나귀를 겨리하여 갈지 말며 양털과 베실로 섞어 짠 것을 입지 말지니라”(신22:9-11)

동물의 교잡과 식물의 이종 교배, 두 종류의 재료로 짠 옷에 대한 금지 명령을 다루고 있는 레위기와 신명기의 율법은 현대인들이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 말씀을 오늘날 그대로 적용한다면 합성섬유로 된 옷을 입는 것,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이종 교배의 유전자 조작 등이 모두 금지사항이 된다.

대략 주전 1500년 전의 문화와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이해해야 하는 모세의 율법 조항들을 현대인들에게 문자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따르겠지만, 각각의 율법이 주는 특별한 의미들을 생각해 보는 것은 말씀을 진지하게 묵상하고 순종하기 원하는 성도들의 기본적인 자세가 될 것이다.이번 장에서는 양털과 베실이 혼합된 옷을 금지한 율법 조항을 다루면서, 성서시대 옷감을 만드는데 사용된 재료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율법은 왜 ‘혼합’에 대해서 금지한 것일까?

레위기와 신명기의 본문 말씀들을 한 마디로 규정한다면 ‘혼합’에 대한 금지 명령이라 할 수 있다. 두 종류의 동물을 상호 교잡하는 것, 두 종류의 식물을 상호 교배하는 것, 두 종류의 재료로 직조한 옷감으로 옷을 만드는 것 등 모두 ‘혼합’(heterogeneousness)에 대한 철저한 금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면 왜 모세의 율법은 ‘혼합’에 대해 금지를 명령한 것일까? 이에 대한 확실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학자들이 제기하는 몇 가지 설득력 있는 이유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각기 다른 부류의 피조물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각기 종류대로’ 피조물을 만드셨는데, 이것을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함부로 섞는 것은 창조의 질서를 혼란스럽게 하는 행동으로 여겨졌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가라사대 땅은 풀과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과목을 내라 하시매 그대로 되어 땅이 풀과 각기 종류대로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내니 하나님의 보시기에 좋았더라”(창1:11,12)둘째, 특정한 혼합은 신성한 용도만을 위해서 엄격하게 제한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양털과 베실을 섞은 것은 성막과 대제사장의 겉옷에만 구별되어 사용되었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두 가지 천의 혼용이 철저하게 금지되었다는 것이다.셋째, 혼합은 고대 근동의 이교적인 문화에서 보편적으로 행해졌는데,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러한 혼합을 철저하게 금지함으로써 하나님의 거룩하고 순수한 백성으로서 자신을 구별시키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혼합이 철저히 금지된 이스라엘과는 달리, 고대 근동의 이교도 행사에서는 종종 혼합이 거룩의 상징으로 표현되곤 하였다.

옷감을 만드는 재료들
-양털과 양털 깎는 축제일

양털은 이스라엘 경제에서 큰 역할을 하던 것으로 양을 키우는 주된 목적은 고기보다도 양털과 우유에 있었다. 이스라엘의 동쪽에 위치한 메소포타미아 지방은 양털이, 서쪽에 위치한 이집트 지방은 세마포가 옷감의 주된 원료였다. 한 마리의 양은 죽을 때까지 1kg의 양털을 제공했다.

양털은 고대 근동 지방에서 국가간의 주요한 조공물 중 하나였다. 북이스라엘 아합 왕의 속국으로 전락한 모압 왕 메사는 매년 아합 왕에게 양털을 조공으로 바쳤다.“모압 왕 메사는 양을 치는 자라 새끼 양 십만의 털과 수양 십만의 털을 이스라엘 왕에게 바치더니”(왕하3:4)

양털 깎는 의식은 보통 유월절이 지난 초여름에 행해졌는데, 곡물의 추수와 마찬가지로 많은 일꾼이 필요했으므로 축제일로 모여서 일손을 덜곤 했다.양털 깎는 축제와 관련된 성경의 사건 중 다윗과 압살롬과 관련된 이야기가 유명하다.

다윗은 사울을 피해 유대 광야를 헤매는 기약 없는 도망자의 신세가 되었다. 이런 다윗을 따르는 추종자들도 600명이나 되었는데, 광야의 환경에서 이처럼 많은 무리들이 먹거리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갈멜의 부자인 나발과 관련된 이야기는 다윗이 식량을 조달한 한 가지 방법을 잘 보여준다.

“마온에 한 사람이 있는데 그 업이 갈멜에 있고 심히 부하여 양이 삼천이요 염소가 일천이므로 그가 갈멜에서 그 양털을 깎고 있었으니”(삼상25:2)나발이 터주대감으로 있던 갈멜은 헤브론에서 남동쪽으로 13km에 위치한 광야 한복판이다. 이곳은 야생동물과 각종 부랑자들이 우글거리는 소굴이었다. 다윗은 자신의 추종자들과 함께 나발의 목자들이 양떼를 먹일 때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준 듯하다. 나발이 양털 깎는 축제를 벌인다는 소문을 듣고 다윗은 소년들을 보내 그 동안 자신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그 보수로 한 몫 단단히 떼어줄 것을 기대했다.

양털 깎는 축제날에 목자들은 양과 염소들을 주인에게 안전하게 넘겨주면서 그간의 보수를 받곤 했다. 다윗도 위험한 곳에서 양들을 친 나발의 목자들을 보호해 주며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수고에 대한 합당한 수당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나발은 다윗의 요청을 일축했고 오히려 모욕하기까지 했다.

아버지 다윗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킨 아들로 유명한 압살롬과 관련된 이야기에서도 양털 깎는 축제가 나온다. 압살롬이 아버지 다윗에게 쓴 뿌리를 품고 결국 쿠데타까지 감행하게 된 것은, 자신의 누이인 다말을 성추행한 이복형제 암논과 암논을 적절하게 치리하지 않은다윗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압살롬은 2년의 시간 동안 다윗의 처사를 지켜보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자 자신이 직접 암논을 처단할 계획을 주도 면밀하게 세운다. 압살롬은 자신의 양털 깎는 축제에 왕자들을 모두 초청했다.

“이 주년 후에 에브라임 곁 바알하솔에서 압살롬의 양털을 깎는 일이 있으매 압살롬이 왕의 모든 아들을 청하고”(삼하13:23)압살롬은 그 자리에 참석한 암논을 죽이고 자신의 외할아버지가 있는 그술 지방으로 도망가 3년간 망명생활을 했다.

- 세마포와 꺼져가는 심지

양털과 함께 성서시대 이스라엘에서 중요한 옷감 재료였던 세마포(linen)는 아마(flax)의 줄기에서 뽑아낸 섬유였다. 습지에서 자라는 아마는 이집트 산이 최고의 상품으로 여겨졌다. 비가 아닌 강물을 끌어들인 관개 기술로 재배된 아마가 최상품이었는데, 이집트는 나일강을 따라 주전 45000년부터 아마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이집트 왕인 바로의 시체는 부패를 방지하는 미이라 처리를 한 후 엄청난 양의 세마포 천으로 둘러싸여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세마포 천으로 시체를 싸는 풍습은 이스라엘에도 전해졌는데, 예수님의 시체도 세마포로 싸여졌다.“이에 예수의 시체를 가져다가 유대인의 장례법대로 그 향품과 함께 세마포로 쌌더라”(요19:40)

나일강은 신이 이집트에 내려준 최고의 선물이었고, 그 나일강변에서 자라는 아마 줄기로 만들어내는 세마포는 이집트가 자랑하는 최고의 특산품이었다.이스라엘이 출애굽을 할 때에 이집트에 내린 10가지 재앙들은 하나하나가 이집트가 섬기던 신들과 이집트를 대표하는 것들이었다. 출애굽기 기자는 우박 재앙으로 인해 나일강변에서 잘 자라던 아마(삼)의 꽃, 즉 이집트의 자랑이요 프라이드가 치명상을 입은 것을 기록하고 있다(출9:31,32).

이사야 선지자는 나일강물이 줄어들면서 그 주변에서 자라는 아마를 이용해 세마포 천을 만드는 자들이 근심하게 될 것을 경고하면서 이집트에 내릴 하나님의 심판을 예언하고 있다(사19:6,9,10).

비록 이집트와 같은 최상품은 아닐지라도 이스라엘에서도 아마의 재배가 이루어졌다. 사시사철 따뜻한 여리고를 중심으로 아마를 재배했는데, 처음에는 세마포 천이 아니라 아마의 씨를 짜서 얻는 기름이 아마를 재배하는 주된 목적이었다.

올리브 기름이 알려지기 전에 아마씨의 기름은 고대 이스라엘에서 더 일반적인 기름이었다.이후 아마의 줄기에서 섬유(fiber)를 얻어 세마포 천을 만드는 것이 보편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아마의 씨가 씨낭에 가득찰 즈음에 뿌리째 뽑아 물에 일정 시간 담근 후 뻣뻣한 줄기를 부드럽게 해야 했다. 이후 햇빛에 말렸는데, 성서시대 이스라엘에서 아마의 줄기를 말리는 장소는 주로 지붕이었다.

여호수아의 명령을 받고 여리고에 침투한 두 명의 정탐꾼은 여리고 성벽에 있는 기생 라합의 집에 유숙했다. 이스라엘의 침투를 예상해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던 수비대는 결국 정탐꾼의 침투를 눈치챘고 라합의 집을 급습했다. 하지만 라합은 이를 알고 정탐꾼들을 지붕 위에서 말리고 있던 ‘삼대’(아마의 줄기) 속에 숨겨주었다.“실상은 그가 이미 그들을 이끌고 지붕에 올라가서 그 지붕에 벌여놓은 삼대에 숨겼더라”(수2:6)

아마의 줄기는 말려서 세마포 천으로 사용하는데, 긴 섬유(fiber)는 실로 만들 수 있지만 부러지거나 짧은 아마의 섬유는 올리브 램프의 심지로 사용했다. 이사야가 언급한 ‘꺼져가는 등불’에서 ‘등불’은 히브리어로 ‘피슈타’라고 하는데, 이것은 아마 섬유를 가리키는 것이다. 또한 마태가 언급한 ‘꺼져가는 심지’에서 ‘심지’는 헬라어로 ‘리논’이라고 하는데, 이것 역시 아마 섬유를 가리키는 것이다. 신구약 시대에 모두 아마 섬유를 가지고 올리브 램프의 심지로 사용한 것을 엿볼 수 있는 구절들이다.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아니하기를 심판하여 이길 때까지 하리니”(마12:20)
역대기 저자가 기록한 유다의 자손 가운데 세마포 짜는 집으로 유명한 아스베야의 집이 나온다.

“유다의 아들 셀라의 자손은 레가의 아비 에르와 마레사의 아비 라아다와 세마포 짜는 자의 집 곧 아스베야의 집 족속과”(대상4:21)평민들이 입던 양털 옷과 달리 세마포 천으로 만든 베옷은 가격이 비싸 상류층이 입는 옷이었다. 잠언에 등장하는 현숙한 여인도 세마포 옷을 입는 귀부인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는 자기를 위하여 아름다운 방석을 지으며 세마포와 자색 옷을 입으며”(잠31:22)

류모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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