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9,356 | 2016-06-21

예배자로서의 음악인

근래에 서울의 어느 목회자에게 들은 이야기가 계속 마음에 남아 있다. 요즈음 웬만한 교회의 성가대에는 외부의 전문 음악인이 참여하는데 성가가 끝나기 무섭게 자리를 뜨곤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또 다른 교회 성가대에 가서 독창 내지는 찬양 봉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성가대의 찬양 후에 바로 자리를 비우게 되고 이를 보게 되는 교인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고 한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성가대가 전문음악인의 파트타임 일자리(Part-time Job)의 무대가 되어버리고 만 현상이다. 이러한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우선 교회가 전문 음악인들에게 찬양으로 예배를 섬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하겠다. 동서양 음악을 전공하는 전문 음악인들이 자신의 재능을 살려서 은혜로운 예배가 되도록 힘쓰고 자신의 신앙을 지켜갈 뿐만 아니라 기독교 문화의 조성자로서 혹은 전파자로서 참여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상대적으로 기독교에 찬양사역의 비중이 높고 그들에게 문호가 개방되어 있는 것은 교회나 음악인들에게 공생과 협력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본다. 실제로 시대를 막론하고 전문 음악인들이 교회 성가대의 악장이나 지휘, 독창자로서 많은 역할을 해 왔고 교회음악의 발달에 기여해 왔다. 그러나 예배와 찬양의 본질을 따져본다면 작금의 현상은 다소 그 본래의 역할이나 목적에서 벗어나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예배에 참여할 때 크게 두 가지 면에서 영향을 받는다. 그 하나는 설교나 기도, 예식 등으로 이루어진 예배 자체로부터이고 또 하나는 예배 참여자들로부터이다. 그러므로 예배 참여자들이 하나님 앞에 신령과 진정을 다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그것을 교회가 용인하기 시작한다면 예배의 의미는 희석되기 시작할 것이고 그것은 회중 전체의 의식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은사가 빈약한 평범한 성도나 은사가 출중한 전문가나 하나님 앞에서는 똑같은 성도이다. 오스 기니스는 그의 책 『소명』에서 우리의 기도나 성가를 듣는 유일한 청중은 하나님 한 분밖에는 없으시다고 설파한다. 그러하기에 예배에 참여하는 사람은 그 누구라도 본인이 하나님을 섬기고 있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필자도 선교를 위한 중창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교회에 방문하여 찬양집회를 할 때마다 거의 비슷한 레퍼토리의 성가곡들을 들으면서도 항상 새롭게 은혜를 받곤 한다. 성가를 준비하는 담당자들이 먼저 성심성의껏 예배를 준비하고도 은혜 속에 찬양하지 못하거나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 노래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반복을 거듭하는 기술자에 불과할 것이다. 성도들은 예배에서 전문적 기술자를 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예배자들을 만나기를 원하며 합력하여 은혜로운 예배를 드리기를 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신학교에 다닐 때 설교학 교수님이, 목사는 세 가지를 의식하고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첫째는 자신이 설교하려고 하는 청중들에 대한 이해이고, 둘째는 성경본문을 깊이 묵상하여 잘 준비된 원고이며, 마지막으로 설교자 자신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원리는 예배의 어느 참여자에게나 똑같이 요구되는 원리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설교자나 기도자, 찬양자 자신이 준비되지 않는다면 그들의 설교나 기도, 찬양은 아무리 그것이 외형적으로 훌륭하게 보일지라도 화려한 쇼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러한 위험성 때문에 종교개혁자들 가운데 일부는 당시대의 살롱음악과 같이 변질되어버린 예배음악 자체를 불안스럽게 바라보았고 가장 음악적 소양이 훌륭하였던 츠빙글리같은 개혁자는 모든 악기 연주를 거부하고 극단적으로 단순한 찬양만을 허용하였던 것이다.

진정한 예배의 결과는 샬롬(Shalom)이다. 우리의 죄를 사해주시고 교만한 자를 낮추시며 낮은 자를 위로하시고 가난한 자에게 한없는 위로를 주시며 우리가 살아가는 곳이 비록 불의한 세상이지만 정의의 하나님이 우리 삶의 주인이심을 선포하며 부족한 우리의 예배를 받아주신다는 것을 인식할 때 하늘의 평화가 임하게 된다. 그리고 그 평화는 우리 각자가 자신의 역할이나 재능으로 하나님께 나아가지 않고 사죄의 은총을 갈구하는 평범한 개인으로 겸비하게 주님께 나아갈 때에만 임하는 특별한 경험이다. 예배자가 변질되면 예배가 변질되며 신앙이 변질된다. 우리가 예배자로서 더 자신을 가다듬어야 할 이유이다.


이호열 목사님

한신대학원과 미 풀러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였으며, 신학대학원에서 종교음악을 강의하기도 하였다. 30년 가까이 군목으로 사역하였으며 대한민국 군목의 선임자로서 목사단장과 국방부 군종정책과장을 역임하면서 군선교에 새로운 패러다임과 기풍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전역 후 현재는 대전연합선교교회 담임목사이자 백석대기독교학부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패러다임성경공부』, 『청년과 장병전도』등이 있다.
예배음악 : http://www.worshipmus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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